<콩나물시루보다 더한 궤짝버스-트위터 펌->
지리산자락에는 오전 11시경부터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왠지 비가 오면 궁상맞은 생각이 들고 추억도 떠오르곤 합니다.
물론 부침개에 막걸리 생각도 간절해지죠^^
위 사진을 트위터에서 발견하고 학창시절 궤짝같은 버스타고 통학했던 생각이 나서 긁적거려봅니다.
중학교시절은 왕복 두 시간 거리를 거의 매일 걸어서 다녔기 때문에 저런 추억조차 희미합니다.
비오는 날이나 특별한 이유가 있는 날은 버스비를 타서 가끔 버스를 탔을 뿐 희희낙낙하며 잘 걸어다녔습니다. 중학교3년은 그렇게 다녔고 고등학교는 너무 멀어서 걷기엔 무리였으나 아주 가끔 걷기도 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당시 버스비가 제 기억으론 20원이었던 것 같습니다. 10원짜리 동전 두 닢.
버스가 30분 간격으로 다니는 변두리에 살았기 때문에 등교버스를 놓치면 지각입니다.
따라서 아무리 복잡해도 그 버스를 매일 타야 했고 안내양도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같은 아가씨였어요.
학생들은 까까머리였고 안내양 아가씨는 긴 생머리를 질끈 동여맨 일반인이었기에 누나라 불렀습니다.
아침마다 보다보니 안면을 트게 되었고 저는 인사를 깎듯이 했습니다.
그 복잡한 버스에 타면서도 "누나, 안녕하세요~" 를 매일 했더랬죠.
버스를 타면 얼마동안은 위 사진과 비슷한 자세가 됩니다.
저는 양손으로 문틀을 붙잡고 뒤로 밀고 누나는 저를 정면으로 보면서 밀어넣는 모습^^ 이상한 자세죠 ㅋㅋ
그렇게 얼마간 가면 또다른 학생들이 타고, 그렇게 반복되는 일상이었는데...
어느날부터 누나가 버스비를 안 받는 겁니다.
탈 때 버스비를 내고 타면 남들이 안 볼 때 제 주머니에 슬쩍 도로 넣어주는...
저는 공짜가 부담스럽고 미안해서 내릴 때 다시 누나에게 버스비를 주고 내리는 일들이 한동안 반복됐습니다.
나중에는 버스가 출발할 때 아예 동전 두 닢을 길바닥에 던져버리고 가더군요.
내심 기분은 좋았습니다. 라면땅이 두 봉지였으니까요^^
그런 일상이 타성에 젖으니까 은근히 그 누나가 기다려지는 겁니다.
오늘 그 누나를 만날 수 있을까...
등교버스에 그 누나가 안 탄 날은 괜시리 궁금하고 억울(?)한 느낌도 들고 뭐 그런ㅋㅋ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졸업후에도 간혹 만나면 반갑게 인사하고 그랬었는데.
그 후 10여년이 흘렀을까.
부모님과 우연히 재래시장을 갔다가 그 누나를 만났는데 듬직한 남편과 잘 생긴 아들손을 잡고 시장보러 왔더군요. 인사를 하려고 다가서다가 움찔하면서 돌아서고 말았습니다.
혹시 남편이 그 누나의 과거 안내양 경력을 모를 수도 있고 외간남자인 내가 불쑥 인사하면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어서. 그후로도 가끔, 아주 가끔 스쳐지나갈 기회가 있었는데 모른척했고 그 누나는 저를 못알아보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도 울산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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