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딸아이 졸업식갔다가 사와서 말리는 가자미>
1968년 이맘때쯤이었던가.
초등 5학년 때로 기억된다.
여느때와 같이 벌벌떨며 장작 몇 가닥 새끼줄로 묶어들고 등굣길에 나섰다.
학교에 거의 다다랐을 무렵 낯익은 친구들이 왠 트럭옆에 옹기종기 모여 서있다.
당시의 화물자동차들은 2차대전에나 참전했을법한 고물딱지 미군용트럭을 도색해서 화물용으로 썼기에 고장이 잦았고 길가에 서있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얼레?
한 친구가 화물칸에 올라서서 뭔가를 꺼내며 환호성을 지른다.
"야~ 까지메기(가자미의 경상도 사투리)다!"
천막을 덮은 자동차에 가자미를 싣고가다 고장나 서있던 차에서 가자미를 발견한 그 친구가 우리에게 가져가서 구워먹자는 것이었다.
먹을게 귀했던 그 시절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1인당 너댓마리씩 들고 교실로 가서 난로에 굽기시작했다.
수업시작하려면 시간적 여유가 한참 있었기에 `걱정없이` 구워가며 맛있게 먹고있는데...
"전원 동작그만!"
어떤 아저씨 한 분과 선생님이 갑자기 들이닥치신 것.
그 아저씨는 운전기사임에 틀림없었고 선생님 손에는 실한 회초리가 들려있었다.
미처 씹어 넘기지 못한 가자미를 입에 물고 얼음같이 굳어 서있던 우리들을 교단앞에 일렬로 세웠다.
아저씨를 옆에 세워둔 채 선생님의 일장 훈시가 있었다.
"너희들이 배가 고픈 것은 안다. 하지만 내것이 아닌 것을 훔쳐먹으면 나쁘다는 걸 몰랐단 말이냐!"
한참동안 혼나고 벌을 받는데, 먹다남은 생가자미를 물고 먹으라며 윽박르시고, 못먹겠다며 눈물을 흘리는 아이들은 회초리로 때리셨다. 아무생각없이 한 짓에 대한 처벌은 가혹했다.
한 시간정도 이어진 체벌이 끝나갈 무렵 그 아저씨는 오히려 우리가 불쌍해보였는지 선생님을 말리면서 용서해주라셨다.
그 일이 있은 후 우리들은 유사한 일은 엄두도 못냈다. 가혹한 체벌이 교육효과는 발휘한 셈이 됐다.
6학년때도 그 선생님이 담임이셨는데 매질을 너무하셔서 아이들이 공포스러워 했다.
알고보니 개인사로 알콜중독증상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수업시간에 술냄새를 풍기는 일이 잦았고 매질도 갈수록 심해졌다.
졸업 후 그 선생님을 봰 기억이 없고, 가자미를 훔쳤던 그 친구는 15년 전쯤인가 작업중 추락사했다.
그 선생님도 수년 전 돌아가셨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가자미는 늘 내게 이런 생각을 곱씹게 하는 생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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