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두 시간 오후 네 시간 도합 여섯 시간 일했는데 절반도 못했네요. 차광망 걷으면서 풀뽑고 돌 골라내는 간단한 일인데도요. 이따금 드러난 포복경(땅줄기?)이 안타깝지만 이 또한 오미자의 운명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두더지퇴치기를 작동시켰는데도 퇴치기와 멀리 떨어진 곳에는 효과가 덜한지 두더지구멍이 사통팔달 터널같이 뚫려있습니다. 지렁이는 통실통실 살이쪄서 새끼손가락만한데 두더지의 만찬재료가 되는 모양입니다.
차광망을 걷다가 뱀허물을 발견해 깜짝 놀랐는데 오마이갓! 진짜 뱀이 차광망 밑에서 쓰윽 기어나옵니다. 너무 놀라 등골에 식은땀이 주르륵 흐릅니다. 녀석은 망밑으로 기어들어가려 합니다. 얼른 잡아서 농장밖으로 보냈습니다. 휴~
지난봄 오미자가 주렁주렁 달렸다가 영문도 모르게 죽어버린 줄기에 매마른 오미자송이가 아직도 비쩍마른 상태로 매달려있습니다. 아무래도 어린줄기에 벅찰정도로 많은 열매가 맺혀서 감당을 못한게 아닌가 짐작해봅니다.
상추같이 자라난 잡초들을 뽑고 차광망을 질서정연하게 걷고 보니 힘은 들어도 뿌듯합니다. 종일 끼었던 면장갑을 깨끗이 빨고 전지가위도 씻고 퇴근하려다 서쪽하늘을 보니 벌써 해가졌나봅니다.
돼지감자꽃도 수명을 다해가는지 꽃잎에 구멍이 송송뚫렸습니다. 색은 아직 아름다운데 말입니다. 집으로 출발하려는데 농장옆 웅덩이에서 뭔 소리가 들립니다. 새가 푸득이는 소립니다. 원앙새 두 마리가 웅덩이 그물에 걸렸습니다.
저녁상이 차려졌네요. 원앙새 이야기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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