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할머니와 배추

진이아빠 2014. 11. 16. 17:38

 

우리농장 바로옆에는 허리가 구부러지고 연로하신 할머니의 밭이 있습니다.

주로 들깨와 김장용 배추ᆞ무농사를 하십니다.

 

50년 넘게 농사 지으시던 땅이라 연로하셔도 묵밭으로 만들기는 어려우시겠지요.

제가 보기엔 쉬셔야 할 연센데...

 

장성시켜 객지로 분가시킨 4남매가 효자ᆞ효녀라 자주 찾아뵙고 농사일도 많이 돕습니다.

 

오늘 아드님이 저희집 인터폰을 누릅니다.

"밭에 배추 두 고랑과 무 두 고랑 남겨뒀으니 뽑아다 드세요"

 

말씀은 고맙지만 마음만 고맙게 받겠다고 정중하게 사양했습니다.

 

사실 사연이 조금 있습니다.

올해 제가 거의 매일 농장에 가서 일하다보니 그분들을 자주 만났습니다.

얼음물을 나뉘드린다거나 농약을 쳐드린다거나.

사소한 일들을 아무생각없이 해드렸는데 할머니께서 고맙게 받아들이셨던 모양입니다.

 

지독히 겸손하고 대쪽같이 꽂꽂한 성품을 가지신 할머니가 저의 어머니같아 좋았거든요.

 

힘들게 농사지으신 농산물을 얻어먹을 수는 없었습니다.

농장다녀오는 내내 할머니가 건강하게 오래사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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