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통을 차에 실은 채 호스로 물을 받고 있습니다.
대기중인 물통입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오늘 아침 이장님께서 방송을 하십니다.
"상수도(마을공동 지하수)공사로 인하여 오늘,내일 단수될 예정입니다..."
헐~
저녁형 인간이라 아직 아침밥은 커녕 세수도 안 했고 화장실도 안 갔는데 우짜노;;
방송듣고 곧바로 허드렛물이라도 받으려고 수도꼭지를 틀었더니 한 방울도 안 나옵니다.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갈아입고 나섭니다.
어디가면 물을 받을 수 있을까...
우리마을은 모두 단수됐으니 이웃마을을 떠올렸습니다.
지난번 고로쇠물을 조금 팔아준 그 형님댁이 생각났습니다.
1.8ℓ짜리 물통 여섯 개를 싣고 갔습니다.
노크를 했더니 일 나가셨는지 아무도 없습니다.
거기까지 갔으니 주인장이 계시건 안 계시건 물을 받아와야했습니다.
2층까지 낑낑대며 들고 올라오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엥? 그런데 집에 와서 혹시나 하고 수도꼭지를 트니 물이 나옵니다?!
말짱 도루묵, 헛수고를 했네요.
방송의 신뢰도가 50% 정도는 되리라 생각했는데 그 아래로 떨어졌나 봅니다.
단수되면 가장 아쉬운 게 화장실 물이라 서둘렀건만...
`81년 여름으로 기억하는데.
이웅평이 전투기를 몰고 인천쪽으로 넘어오는 바람에 민방공 실제상황이라는 방송이 있었죠.
방학을 맞아 친구랑 해수욕장에서 신나게 아르바이트하고 있었는데.
방송을 보고 허겁지겁 집으로 달려와 어머니께 예비군복 달랬더니 이미 상황끝났더라는...ㅋ
오늘 아침 단수방송이 딱 그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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