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타는지 가을만 되면 괜시리 우울해집니다.
머지않아 해가 바뀌고 한 일 없이 나이만 한 살 더 먹는가 싶기도 하고.
잎이 무성했던 나무들이 하나 둘 나목이 되어가는 것도 을씨년스럽고.
머릿속은 온통 복잡한 생각들로 가득 차고...
나이야 나혼자 먹는 것도 아니니 억울할 일도 아닌데
한해 동안 과연 나는 무엇을 이뤘는지가 가장 자신없고.
조용히 살고자 시골까지 왔는데 과연 조용했는지도 의문이고.
도시에서 살 때 갖가지 미결된 문제들이 아직 해결될 기미가 안 보이니 완전 시골에 정착한 기분도 안 들고...
***
딸아이가 보내온 사진을 보며 위안을 삼습니다.
한여름 지바롯데구장 최고 기온이 42도까지 올라갔다고 하던데
인간이 견디기 힘든 극한상황에서 15kg이나 되는 생맥주통을 메고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더니 용돈을 조금 모았나 봅니다. 학교 일본인 친구들과 며칠간 일본남단 오키나와로 여행을 다녀왔다더군요.
교통, 숙박비가 비싼 일본에서 저렇게 다녀오는데 제법 큰 돈이 들었을텐데 부모에게 손 안 벌리고 다녀온 아이가 대견스럽습니다. 젊어서 가능한한 많은 경험을 쌓기 바라는 저의 입장에서 잘 했다고 칭찬하고 싶더군요. 대놓고 잘 했다고 말해주진 못 했지만...
지난학기 성적표를 열람해본 결과 공부도 열심히 했는지 4.5점 만점에 4.5점, 만점을 받았더군요.
일본에서 받은 학점을 한국 모교에서 환산한 점수라는데 일본생활에 잘 적응해서 학업도 충실한가 봅니다.
열심히 아르바이트하고 열심히 여행도 다니고 공부도 열심히 하고 오랬더니 그렇게 하나 봅니다.
오늘은 딸아이 사진을 보면서 계절의 울적함을 떨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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