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목소리가 커야 산다

진이아빠 2012. 3. 15. 12:01

 

<정확히 땅경계에 서있던 전봇대를 옮기고 있다>

 

지난 정월 대보름날 저녁이었던가.

밤에 둔탁한 충돌음이 들려 나갔더니 자동차 사고였다.

이웃사는 분이 1톤트럭을 집앞에 세워뒀는데 동종의 트럭이 꽁무니를 들이박은 사고였다.

119구급대와 소방차, 경찰순찰차가 경광등을 번쩍여서 깜짝놀랐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여기서 조금 떨어진 동네가 고향인 분이 보름이라고 다니러 왔다, 반가운 분들과 한 잔하고 귀가하다 사고를 낸 모양이었다. 차는 빌린 것이었고 빌려준 분은 내가 아는 분이었다.

다행히 많이 다치지는 않았고 병원에 데려가려는 구급대와 실랑이를 벌이며 고래고래 고함도 질렀다.

친인척들이 전화받고 달려와 사고수습하고 구급차 뒤따라 병원으로 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다음 날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집앞에 트럭을 세워놨다가 날벼락(?)을 맞은 분이 통신회사직원에게 소리치는 모습을 봤는데 요지는, 당신들이 전봇대를 여기다 세워놔서 내가 차를 집앞에 주차할 수 밖에 없었고 그래서 사고를 당했다? 전봇대를 이설해 달라. 직원 왈, 원래 이설요구자가 자부담으로 이설해야 하나 3월에 회사가 옮겨주겠다. 오늘 목소리 큰 사람에게 무상으로 전봇대이설해주는 모습을 봤다. 경계도 무시하고.

 

도로교통법상 불법주정차로 인한 사고일 경우 원인제공자도 처벌받는다. 따라서 범칙금을 물었을 가능성이 있다. 스쿨존이라 가중처벌되는 곳이다. 아마 본인들도 처벌받는 줄 모르고 신고했을 것이다. 시골문화가 아직은 좋은게 좋은거라는 의식이 강한데 이들은 외부에서 들어와서 그런지 본인들이 조금만 손해를 입어도 얄짤없다. 사례가 여럿 있으나 교통사고와 관련된 사례 하나만 소개하면...

 

2010년 1월 19일로 기억한다. 농협조합장투표일이었는데 아침일찍 옆집에서 전화가 왔다. 전날 밤 본인이 사고를 냈다면서 보험으로 수리해주겠다고 했다. 당한차는 우리집 민박손님차량이었으며 거의 새차라 안타까웠지만 당사자끼리 합의(조건은 알 수 없으나)로 무마된 적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그분도 전날 밤 만취상태에서 사고를 냈는데 눈감아줬다는 점. 본인은 안마셨다고 했지만 초저녁부터 만취상태로 운전하고 다니는걸 봤기에 나는 알고있었다. 만일 그날 내가 신고했으면 이번사고와 반대현상이 일어났을 것이다.

 

2007년, 내가 집짓기할 때도 사고가 났는데.

우리집앞 횡단보도 바로옆에 차주를 알 수 없는 트럭이 세워져 있었는데 아이가 건너다 승용차에 부딪혔다. 살짝 스치는 정도라 큰 부상은 없었지만 트럭뒤에서 튀어나온 아이를 미처 발견하지 못해서 발생한 사고였다. 당시 아이의 부모를 수소문해 병원으로 데려갈 것을 주문했으나 괜찮다해서 무마되었는데, 주정차 조심해야 한다.

 

잘 수습해줬더니 사고낸양반 돌아가서 어느 경찰서 자유게시판에 우리집 공사때문에 사고났다며 글을 올렸던 모양이었다. 경찰 두 분이 카메라가지고 나타나서 사고가 왜 났는지, 문제가 뭔지 이것저것 묻더라.

자초지종 이야기했더니 고마운사람인데 쓸데없이 게시판에 원인제공자같이 글을 써서 괜히 우리도 귀찮다며 웃고 돌아갔었다.

 

우리집 지을 때 집앞 전봇대 때문에 설계까지 변경했는데...나도 목소리 키울 걸 그랬나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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