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

과욕이 화를 부른다?

진이아빠 2010. 10. 30. 18:28

지난주 토요일에 있었던 일이니 벌써 일주일이 되었네.

저녁이라기에는 너무 어두운 7시 무렵 인터폰이 울려 받으니 방있냐고 묻는다.

통상 토요일은 약 2주 정도 전에 예약이 거의 완료되는지라 방이 없다고 했더니 목소리 풀이 죽는다.

기다리라 하고 뛰어 내려가니 아가씨 둘이 배낭을 메고 서 있다.

 

"사장님, 저희 방을 못 구해서 그런데 혹시 근처에 하루만 묵을 방 없을까요?"

"말씀드렸다시피 1박2일 방영 후 토요일은 예약이 일찍 완료돼서..."

 

모텔이 있는 가장 가까운 곳 인월 모텔에 전화를 먼저 해보니 방은 몇 개 남아 있는데 6만 원이란다.

세상에 주말특수를 노리는건지 몇 년 전보다 많이도 올랐네. 우리집 지을 때 3.5만 원이었는데.

모텔은 아무래도 젊은 아가씨 둘이 내키지 않는지 자꾸만 망설인다.

날씨도 쌀쌀하고 밖에 서서 금방 해결될 문제가 아닌 듯하여 일단 둘을 데리고 우리집으로 올라왔다.

 

시골전화번호부를 뒤져 가까운 원천리에 민박집을 알아보니 다행히 있단다.

샤워도 가능하고 기름보일러를 돌려 방도 따뜻하게 데워주겠다고 하길래 데리고 가겠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엥? 그런데 이 아가씨들 그냥 우리집에 자면 안 되겠냐며 한사코 안가겠다고 버티네?!

우리가 기거하는 2층에는 딸아이방을 비롯하여 서재까지 모든 방문을 활짝 열고 살기 때문에 서로 불편할거라고 설득을 해도 막무가내다.

 

원천리 민박집 취소하고 하는 수없이 아가씨 둘을 우리집에 재웠다.

 

사연인즉 이랬다.

오래 전 매동마을에 민박예약을 했고 오기 바로 전날 확인전화까지 하고 왔는데 막상 도착하니 이중예약이 돼서 묵을 수 없더라는 거다. 아마 할머니나 할아버지께서 전화예약을 받기는 하는데 꼼꼼히 기록을 하지 못하시다 보니 착오가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문제는 갑자기 그런 일을 당하는 당사자는 숙소를 구하지 못 해 크게 낭패를 본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웃 마을 할아버지들은 트럭을 끌고 매동마을에 가서 숙소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을 호객까지 해서 할머니들 혼자 사는 얄궂은 방(샤워시설이 없거나 화장실 등이 아주 불편한, 도저히 민박을 할 수 없는...)에 데려다 주고 돈은 직접 받아 일부를 챙기는 아주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집에서 하루를 묵고 간 그 아가씨 둘이 당했던 일이다.

 

지난번에 기사 하나를 검색해보고 놀란적이 있다. 민박 방 하나에 15만 원?!

지리산뱀사골일대 숙박업소 바가지요금 극성이라는 내용인데 `97년 기사였던 것 같다.

그 후 뱀사골 일대에는 관광객들이 감소세로 돌아서 민박은 물론 음식점들도 장기간 불황을 겪었다는 후문이다. 이 동네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쑤군대는 말이 `촌사람들이 아직 정신 못차렸다`는 말이다.

 

불과 십여 년 전에 겪었던 교훈을 벌써 잊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