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자농사

[스크랩] 이영문씨의 태평농법

진이아빠 2010. 8. 27. 08:05

다음 내용은 2007년 6월 21일 대구매일신문에 실렸던 내용을 요약한 글입니다.

몇년 전에 이 기사를 읽었을 때는 별 생각 없이 지나갔는데(나중에 나도 저렇게 한번 해 봐야 겠다는 정도의 마음) 요즘 손바닥만한 땅이라도 제손으로 직접 가꾸다 보니 생각이 나서 기사를 찾아서 내용을 요약해 봤습니다.

(기사를 그대로 옮기면 언론단체에서 공동으로 출자해서 만든(?) '언론 저작권 **'인가 하는 단체에서 제제가 들어오고, 언론의 글을 허락없이 블로그나 카페, 홈페이지 등에 그대로 옮긴 내용이 있으면 증거를 제시하며 그간의 사용료 징수 등을 하는 일이 있으니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이영문씨는 40년 가까이 태평농법으로 경남 하동군 옥종면 청룡리에서 3만 6천평의 벼농사를 홀로 짓는분입니다. (2007년 6월 당시는 큰아들이 농사를 짓고 이영문씨는 경남 사천시 석포면 별학섬에서 종자를 연구하고 계시다고 합니다.)

 

그는 모내기를 하는 대신에 씨앗을 그냥 논에다 뿌리는데 논을 갈지도 않고, 종자를 소독하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농약과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냥 씨를 뿌리고 수확할 따름인데도 생산량은 보통의 '관행농법'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하며 그가 생산한 쌀은 일반 쌀보다 비싸게 팔린다고 합니다.

 

땅을 살리면 농사는 저절로 된다.

이영문씨는 기계에 대한 재주와 관심이 많은 사람이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농기계관련 자격증도 따고, 직접 농기계도 만드는 등의 일을 하면서 농기계 수리점을 열었다고 하는데 일을 하면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즉, 농기계가 발달하고 정교해질수록 그 농기계를 사용한 땅에서나는 수확량이 오히려 적어지더더라는 것입니다. 하도 이상해서 본인이 직접 실험을 해 봤다고 합니다.

농기계로 흙을 갈아엎은 땅과 땅을 갈아엎지 않은 땅을 비교해 봤는데, 결과적으로기계로 땅을 갈지 않은 논의 벼가 훨씬 잘 자랐다고 합니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농기계를 사용한것과 무관하게 '흙의 건강상태'에 따라 수확량이 다르더라는 것입니다. 거기서 얻은 결론은 흙을 건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농약과 비료를 주지말고 자연상태의 흙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결국 지금 대부분의 농사짓는 흙들이 비료와 농약을 쓴 흙인데 이것을 자연상태의 환경으로 되돌려 줘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영문씨가 혼자서 3만 6천 평의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은 단순히 씨를 뿌리고 곡식을 걷기만 하는, 이른바 '게으른 농법'을 쓰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농사지어서 수확하는 수확량이 요즘 일반적인 '관행농법'으로 농사지은 곳의 수확량보다 뒤쳐지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 결과는 '경상대학교 농과대학'에서 조사하여 결론을 내린 것이라 합니다.

 

그러면 이런 이영문씨 방식의 농법은 조금 보통의 농법과는 다르다고 합니다.

논농사를 지을 때 무논이 아니라 마른 땅에 로터리도 치지 않은 상태에서 그냥 볍씨를 뿌린다고 합니다. 물론 농약이나 비료는 전혀 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영문씨의 이런 농법에 대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 '정신 나간 놈' 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이영문씨는 이렇게 되묻는다고 합니다.

 '모판은 언제 내시는지? 왜 하필 그때 모판을 내시는지? 벼의 마디가 얼마나 되는지 아시는지?'

이렇게 물으면 그때까지 목청을 높이던 사람들은 대답을 못한다고 합니다.

이영문씨가 그렇게 되물었던 것은 그 분들이 '평생동안 농사를 지었다고 하지만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한 것일 뿐 농사 과정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없었다.'는 점을 말해주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영문씨의 이런 농법을 흔히 '게으른 농법' '태평스러운' 농법이라고 합니다. 농약도 안 치고, 비료도 안 주니 그저 놀면서 농사짓는것 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영문씨가 생각하는 '태평'이란 의미는 곤충과 세균, 해충과 익충이 모두 '태평한 세월'을 이루는 공생을 말한다고 합니다.

 

이영문씨의 주장은 이렇습니다.

'30여년 전만하더라도 농가마다 종자를 보관했었다. 지금은 매년 종자를 사다 쓰는데 멀쩡하던 우리 종자를 다 없애버리고 외국에서 종자를 수입해서 쓴다'라고 합니다.

그런데 사다 쓰는 종자를 심어서 열매를 맺으면 크고 상품가치도 있어 보이지만, 막상 그 씨앗을 받아서 다음에 심으면 다른 작물과 교배시켜 만든 잡종이기 때문에 정상적인 번식능력이 없어서 농사가 안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영문씨는 땅을 살리고 종자를 지켜야 된다 말합니다.

현재 그는 경남 사천시 서포면 비토리 별학섬에 600종의 종자를 보존, 연구하는데, 모두 그런 이유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영문씨의 주장을 더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1. 농사는 봄이 아니라 가을에 시작해야 한다.

2. 벼는 무논에 모를 심을 게 아니라 밭에 씨앗을 뿌려야 한다.

3. 논을 갈지 말고, 밭도 갈지 말고, 농약도 치지 말고, 비료도 주지 말아야 한다.

4. 벼를 수확한 땅의 볏짚을 그대로 두어야 하고, 보리를 수확한 땅에 보릿짚을 그대로 둬야 한다.

  (산에 나무와 풀이 살 듯 볏집과 보릿짚을 그대로 두면 해와 달, 비와 흙이 농사를 지어준다.) 

 

이영문씨는 이런 농법을 1970년대 초반부터 계속해 왔다고 합니다.

이 농법을 세부적으로 풀어 보겠습니다.

 

1.  농약과 비료가 필요 없는 농사

가을에 벼를 수확하기에 앞서 밀이나 보리씨를 뿌립니다. 그 다음 벼를 수확하고 볏짚은 그대로 들판에 두는데, 볏짚은 파종해둔 보리나 밀 씨앗을 새들로부터 지켜주고 잡풀이 자라는 것을 막아준다고 합니다. 볏짚을 덮어두면 제 아무리 질긴 뚝새풀이라도 살지 못하며 설령 잡초가 돋았다고 해도 빛이 거의 들지 않아 죽으니 농약이나 제초제가 필요없게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듬해 여름이 오면 보리나 밀을 거두기 전에 볍씨를 뿌리며, 밀이나 보리를 거둘 때 밀짚이나 보릿짚은 그대로 두어 새를 막고 잡초를 막습니다.

종자 위에 덮어주는 짚은 미생물의 먹이가 되고, 벼나 보리는 미생물의 분비물이나 시체를 영양분으로 하기 때문에 비료가 필요없게 됩니다.

 

역설적으로 말하면, 볏짚을 덮어주지 않고 봄에 농사를 지으려면 잡풀이 무성하게 자랄 수 밖에 없으니 제초제를 쳐야하고, 땅에 영양분이 없으니 비료를 뿌려야 한다는 논리입니다.

 

2. 농사는 가을에 시작하는 것이다.

봄에 모든 잡초들이 자생력을 갖춘 상태에서 곡식을 심으면 잡초를 이겨내기 어렵다고 합니다.

잡초가 많아 곡식이 힘들어지면 농부들은 결국 제초제를 뿌리고 비료를 쳐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서리가 내리고 잡초가 사라진 땅에 씨앗을 뿌리고 볏짚을 덮어두면 곡식은 충분히 자생력을 갖춘 상태에서 봄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분이 가을에 농사를 시작하는 이유는 또 있는데, 가을 추수후의 빈 땅에 보리나 밀을 파종해두면 겨우내 들판은 온갖 생명체가 살아 숨쉬는 부드러운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이랍니다.

겨울 동안 비워둔 흙과, 보리나 밀을 심어둔 흙을 이듬해 봄에 비교해 보면 전혀 다르다고 합니다. 게다가 보리나 밀이 자리를 잡고 있으면 잡초가 자라지 못하기 때문에 봄에 논갈이나 제초제가 필요 없어진다고 합니다.

 

 

3. 씨앗을 심지말고 뿌려라.

씨앗을 심지 않고 뿌리고 내버려두면 씨앗은 스스로 건강한 뿌리를 내려 튼튼하게 자라며, 웬만큼 바람이 불어도 끄덕 없다고 합니다.

자연속에서의 열매나 씨앗은 그냥 땅에 떨어져 스스로 뿌리를 내리고 삽니다. 그러나 '관행농법'에서는 씨앗을 땅에 파 묻는데, 벼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식물을 그렇게 생매장한다. 

태평농법은 씨앗을 땅에 묻지 않습니다. 벼나 보리, 그리고 밀의 경우 땅에 뿌리고, 콩이나 다른 식물은 홈을 파서 넣어주는 정도만 한다고 합니다.

흙 위에 떨어져 스스로 뿌리를 내린 식물은 태풍에도 견딜 만큼 뿌리를 튼튼하게 내린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관행농법'에서는 볍씨를 뿌리기 전에 소독을 위해서 농약물에 일정시간 담궜다가 무논에 뿌립니다. 물에 담긴 볍씨는 호흡을 위해서 싹을 먼저 틔우고, 그 다음에 뿌리를 내리기 때문에 뿌리가 약하다고 합니다. 발아 때부터 순서가 잘못 됐기 때문에 제 스스로 살아가기 힘듭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비료도 쳐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뿌리가 깊게 들어가지 못했으니 바람이 불면 쉽게 쓰러지고 병해충이 닥치면 금방 마르기 쉽다고 합니다.

 

4. 살충제가 필요할 때는 물엿을 준다.

흔히 밭작물을 몇 년 계속해서 심으면 연작피해가 발생하지만 위와 같이 식물의 궁합을 잘 맞추면 그런 염려를 크게 덜 수 있다고 합니다.

이영문씨는 꼭 살충제를 써야 한다면 대신 물엿을 쓰라고 합니다. 물엿을 물과 섞어서(분무기로 뿜어서 나올 정도의 끈적끈적한 농도) 벌레가 낀 작물에 뿌리는 것입니다. 끈적끈적한 물엿이 벌레들의 발과 날개를 움직이기 힘들게 하여 죽입니다. 또 물엿이 굳으면서 자연스레 잎사귀에 코팅막을 형성해서 작은 해충이 파고들지 못하는데 단, 개미가 많은 곳이라면 조심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보통 식물의 궁합을 이용하면 잡초를 충분히 막을 수 있지만, 처음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땅에 잡초가 너무 많을때는 뽑아내지 말고 10% 희석한 소금물을 뿌려서 잡초를 고사시킨다고 합니다.

 

5. 볍씨를 6월에 파종하면 태풍에 강하다

볍씨를 뿌릴 때는 6월, 혹은 조금 더 늦어도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벼는 아열대 식물에 속하는데, 아열대 기후와 조건이 비슷하게 갖춰줬을 때가 6월 중순경이라고 합니다. 이때 볍씨를 뿌리면 가을에 벼가 충분히 익은 다음 수확하게 되며, 일부러 벼를 말릴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현재의 '관행농법'은 벼를 너무 일찍 수확하기 때문에 벼 알곡에 수분이 30% 정도 남아 있는 상태에서 수확을 하기 때문에 썩음을 방지하기 위해서 별도로 벼를 건조시켜야 합니다.

 

벼가 한창 자라는 계절은 여름이며, 여름은 밤이 짧고 낮이 깁니다. 벼는 낮이 길면 자라고, 낮이 짧아지면 알곡 맺을 준비를 하기 때문에 너무 일찍 심은 벼는 여름을 보내는 동안 웃자라기 쉬우며, 일찍 모내기한 논의 벼는 일찍 이삭을 내고 일찍 고개를 숙일 준비를 하는데, 이때 태풍이 닥치면 속수무책 입니다. 그러나 늦게 씨앗을 뿌린 이영문씨의 벼는 아직 젊고 줄기가 싱싱해 태풍에도 강하다고 합니다.

 

이영문씨는 식물의 궁합을 이용해서 벌레를 막는 방법을 쓴다고 하는데, 그 대표적인 몇가지를 들어 봅니다.

 

1. 마늘과 상추

마늘을 심을 때는 흙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로터리를 치지 않고, 대신 이전에 콩이나 다른 작물을 심었던 땅이라면 콩깍지나 콩대를 걷어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야 그것들에 의지해서 사는 미생물들에 의해서 땅이 비옥해진다고 합니다.

단지 그저 이랑을 높여주고 마늘쪽 한 개 반쯤의 깊이로 구멍을 뚫고는 그 자리에 마늘쪽을 넣으면 끝이라고 합니다. 이 때 이랑을 높여주는 것은 흙의 호흡을 돕는 것이며, 마늘쪽을 넣은 다음 흙을 덮을 필요는 없으며, 추위를 막겠다고 비닐 멀칭을 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고 하는데, 흙을 덮거나 비닐을 씌우면 마늘 뿌리는 호흡이 힘들어지며, 아직 살아 있는 벌레들이 따뜻한 곳을 찾아 모이게 되니 해롭다고 합니다. 마늘은 흙 속에 뿌리 두 개만 내리면 영하로 기온이 내려가도 잠시 생장을 멈출 뿐이지 얼어죽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상태로 두면 이듬해 봄 잡초가 무성해질 것입니다. 그래서 보통 비닐 멀칭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영문씨는 비닐을 덮는 대신 밭에 물을 조금 준 뒤 상추씨를 뿌린다고 합니다. 상추는 이듬해 봄에 잡초를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겨울에 상추씨를 뿌려둔 밭에서는 상추가 먼저 넓은 잎으로 햇빛을 막아주기 때문에 잡초가 자라지 못한다고 하는데 겨울에 뿌려 둔 상추씨는 겨우내 조금씩 자라서 봄이 오면 잎이 활짝 열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2. 양파와 시금치

양파는 마늘과 같은 방법으로 심는데, 씨를 파종하던, 모종을 심던간에 구멍만 뚫어주고 흙을 덮지 않아야 하며, 양파 옆에는 시금치 씨를 뿌린다고 합니다. 양파에 시금치는 마늘에 상추와 같은 역할을 해서 잡풀이 자랄 수 있는 햇빛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합니다.

 

3. 감자와 콩

하지가 가까워오면 마늘을 수확하는데 보통은 호미등을 이용해서 캐지만, 심을 때 흙과 미생물이 살아 있는 이영문씨의 농법에서는 그냥 손으로 뽑아도 잘 뽑힌다고 합니다.

마늘을 수확한 자리에는 감자를 심는데 심는다기 보다는 마늘을 뽑아낸 자리에 그냥 감자를 놓기만 하면 된다고 합니다. 단지 마늘 뽑아낸 자리에 모두 감자를 놓으면 너무 조밀해 지므로 40∼50cm 간격으로 띄엄띄엄 놓는다고 하며, 그 사이의 빈 자리에는 콩을 심는다고 합니다.

콩을 심으면 콩의 수확 뿐만 아니라 벌레를 막을 수 있는데, 감자 잎에는 유달리 벌레가 많아 농사를 망칠 수 있기 때문이랍니다.

여기에 콩을 심는 이유는 벌레들을 콩잎으로 유인하기 위함입니다. 즉 벌레들에게 감자 대신 콩잎을 내주는 것입니다. 콩은 잎을 많이 뜯길수록 열매가 많이 달린다고 합니다.

 

4. 고구마와 참깨

마늘이나 양파를 뽑아낸 자리에 고구마를 심어도 좋습니다. 고구마는자외선에 약해 그늘이 필요한데 이럴 땐 참깨가 제격이라고 합니다. 참깨는 키가 큰 작물이라 고구마에 내리쬐는 자외선을 충분히 막아주고, 고구마 잎은 밑에서 잡초가 자라는 것을 막아줍니다.

 

5. 고추와 열무

고추를 심을 때는 고추 아래에 열무를 심는데, 열무도 고구마와 마찬가지로 강한 햇빛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고추가 그늘을 만들어주기 때문에 서늘한 기운을 제공해 줘서 고냉지가 아니더라도 열무가 잘된다고 합니다. 게다가 열무를 고추포기 아래에 심으면 통기성이 좋고 습기를 유지하는 보습효과도 좋아서  고추재배에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고 합니다. 또 열무가 지주역할을 해서 고추가 자라면서 넘어지는 것도 막아준다고 합니다.

 

이상으로 간단하게나마 이영문씨의 태평농법에 대해서 요약을 해 봤습니다.

제가 가진 환경으로 모두 실천하기는 어렵겠지만 내년에는 일부나마 흉내를 내 보려고 합니다.

 

출처 : 조용한 행복을 위하여
글쓴이 : 일자바늘 원글보기
메모 : 기적의 감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