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자농사

풀베다가 예초기 고장으로 중단

진이아빠 2010. 6. 21. 15:38

 

 감나무도 죽고 없는 농장에 풀을 벨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남 보기에도 그렇고 언젠가는 감나무든 다른 나무든 다시 심어야 할 농장이기에 더운 날씨에도 풀을 벴습니다.

바로 이웃에 조그만 농장을 가진 분(나를 이곳까지 오게 한 분)은 닭과 벌 등을 하기 때문에 매일 몇 번씩 오가는데 우리 농장 꼬락서니가 이런데도 일언반구도 없습니다.

두 배미에 각각 심은 감나무의 생장상태가 확연하게 다르고 아예 거의 다 죽었거나 자라지 않는데도 늘 보면서 말이 없습니다.

 

하기야 원래 타인은 타인일 뿐 자기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사람들이었으니 귀농을 할 때는 정말 조심에 또 조심할 일입니다.

땅을 소개한다거나 유실수 종류를 소개하는 사람의 말을 덜컥 믿어서는 안 되겠습니다.

저희 땅에 심은 감나무가 농업기술센터 직원의 말대로 정말 겨울철 혹한을 이기지 못하여 예상한 만큼의 수확을 기대할 수 없다면 4년간 투입된 금전과 노력은 물거품이 되잖아요.

그렇게 된대도 소개한 사람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을 것이고 결과는 고스란히 제게로...

 

맨땅(빈 땅이나 마찬가지인)에 헤딩도 서러운데 어제는 예초기까지 말썽입니다.

富永인가 하는 국산메이커의 예초기를 1년에 고작 너댓 번밖에 안 쓰는데 멀쩡하던 연료탱크의 뚜껑이 깨져있습니다.

플라스틱재질의 뚜껑이 텅 비워놨던 연료통의 잔류가솔린 유증기 압력을 못 이겨서 깨졌는지 모르겠지만 본사의 대응이 가관이었습니다. 오늘 본사에 전화를 했더니 그건 `소모품`이니 예초기를 구입한 곳에서 사라고 하더군요. 소모품? 필터도 아니고 플러그도 아닌데 소모품이라...

 

구입한 곳에 전화하니 10분 후에 다시 전화하라고 합니다. 재고가 있나 찾아봐야 한다고.

10분 후 전화하니 재고가 없다며 다른전화번호를 하나 가르쳐 줍니다. 거기에 있을지 모른다며.

가르쳐 준 다른 곳에 전화하니 안 받습니다. 다시 본사로 전화해서 구할 수 없냐고 하니 인터넷 사이트를 하나 가르쳐주며 거기에 알아보라고 합니다. 가르쳐 준 인터넷업체 사이트에 들어가 아무리 뒤져도 뚜껑은 없습니다. 인터넷업체에 전화하니 부영이라는 곳 전화번호를 알려줍니다. 본사라는 부영과 인터넷 사이트를 가진 업체와 핑퐁을 합니다. 다른 메이커 제품과는 호환도 안 된다고 합니다. 대략난감입니다^^;;

 

저는 평소에 가능한 한 국산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이번 예초기 문제도 그렇습니다. 구입하러 갔을 때 일제 유명메이커 제품과 불과 2~3만 원밖에 차이가 안 났지만 국산을 선택했습니다.(국산이래야 중요부품은 일제더구먼요;;) 그런데 연료통 뚜껑이 소모품인 국산제품을 구입했으니 이를 어쩐대요?

아직 그런 것 하나 제대로 못 만드는 우리나라라는 말인지 한심하기 짝이없습니다. 게다가 애프터서비스는 이게 뭡니까.

 

운동화도 트레이닝복도 국산을 주로 구입해서 신고 입었는데 참 서운할 때가 많았습니다만 꾸욱 참았거든요.

아디**,나이* 이런 류들은 10년이 넘어도 거의 무상 에이에스 해주던데 유독 국산들은 에이에스하면서도 별도로 몇 푼 받아챙기려 들다니, 더러워서 앞으로는 생각을 바꿔야겠습니다.

나 하나 애국한다고 그 대기업들 돈 벌어 내 생계에 도움 줄 것도 아니고...ㅎ

 

예초기 연료통 뚜껑 못 구하면 비닐과 노랑고무줄로 주입구를 묶어서 사용해야할 처지입니다^^*

재너머 사래긴 밭을 어찌할꼬...ㅎㅎㅎ

 저희 농장 가까이에 있는 연밭입니다. 연꽃이 만발하면 제법 운치가 있겠지만 사실은 사연이 있는 곳이랍니다. 원래 논이었던 땅을 굴삭기를 동원해서 저렇게 늪으로 바꿔버렸다는군요. 연을 심기 위해서.

그냥 조용히 버렸으면 굴삭기 값이라도 아낄 수 있었을 텐데 저렇게 거의 버려놓다시피 했으니 땅 주인의 마음은 어떨까요? 사연을 들어보니 어떤 분이 귀농을 하려고 집터와 저 땅을 구입했는데 제대로 귀농도 못 해보고 도시로 되돌아갔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소개한 분이 저를 이곳으로 오게한 그 분이랍니다^^*

 

조금 심하다고 생각했던 부분은 저 땅을 내게 구입하라고 하더라는 겁니다.

저 땅을 구입해서 잠시 피었다가 지는 연꽃감상하라고 그랬을리는 없고, 여러모로 소양이 부족한 저를 진흙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연꽃을 바라보며 `회개`하라고 그랬을까요?

돈이 없어서 못 샀습니다^^ㅎㅎㅎ

지리산자락의 이 멍청이를 누가 구제 좀 해주세요~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