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가 정말 좋았다.
명문중학교에 당당히 합격해 1학년 초가을인가?
아직 학교물정 잘 모르고 세파에 찌들릴 일도 없었으니 마냥 행복했다.
하복이라 모자에 흰 커버를 씌우고
옷깃은 풀을 먹여서 빳빳하게 다림질하고 학교배지와 학년배지를 자랑스럽게 달았다.
날씨가 좋은 날은 당연히 걸어서 학교에 가고
비가 오는 날은 차비(당시 10원)를 받아서 차를 타고 등교했다.
학교까지 거리는 약 십오리(6km) 정도였고 빠른 걸음으로 50여 분 걸렸다.
가방이 무거워 양손으로 번갈아가며 들었지만 학교에 도착하면 어깨가 빠지는 것 같았다.
뒤로 기와집과 초가집이 섞여 보이고
우리가 서서 사진을 찍은 도로는 국도임에도 비포장된 길이다.
멀리 보이는 산도 거의 민둥산에 가까운데
저 때만 해도 집집마다 나무를 땔감으로 썼기에 산에 나무가 남아나지 않았다.
저 산까지 방학이면 소를 몰고 풀뜯기러 다녔고
겨울방학이면 친구들과 나무하러 리어카를 끌고 다녔다.
소 풀뜯기러 갔다가 소에 끌려다녔던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우습다.
초등학교 입학 전 소 고삐를 잡고 풀을 뜯기다가 이동을 하려면 소는 정말 소다, 말을 듣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면 소에게 야단치고 억지로 명령을 하는데 소는 화가 난 나를 우습게 보고 뛰면서 더 날뛴다.
고삐를 놓치면 소를 잃어버리는 줄 알고 고삐를 잡은 상태에서 넘어져 질질 끌려간다.
수십 미터를 끌려가면 무릎은 까지고 온 몸에 피가나는데 버티다 버티다 안 되면 그때 고삐를 놓는다.
지금 생각하면 참 어리석고 못 났다.
가만히 둬도 집으로 알아서 가는데 말이다^^
아무튼 중학교 다니던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
사진 좌측이 나
우측에 친구는 바로 옆집에 살던 친구다.
사진상 도로는 모두 포장되었고 산 아래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섰다.
집들 일부도 철거되고 논도 모두 공장이 들어서서 옛모습을 찾을 수 없다.
그냥 추억속 사진첩에나 남아있는 고향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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