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송아지와 거위

진이아빠 2009. 10. 14. 14:28

 

 사랑채 옆에서 거위와 송아지가 가까이 있다.

아마 1969년 겨울이었던 것 같다.

 

이 거위는 이모님댁에서 분양받아 아주 오랫동안 우리식구로 살았는데

집을 얼마나 잘 지키는지 오히려 누렁이보다 더 외부인 출입을 통제했던 걸로 기억한다.

 

꽥꽥거리며 대문간에서 경계를 하는데도 방문객이 계속 마당으로 들어서면

목을 쭉 뽑고 쪼을 듯이 위협을 가하고 그래도 막무가내로 들어오면 입으로 바짓가랑이를 물고 날개로 쳐버린다. 그려면 다리에 시퍼렇게 멍이든다.

 

송아지는 우리집에 항상 일꾼으로 기르던 소가 낳은 새끼다.

1년에 한 번 출산을 하고 송아지는 적당한 시기에 젖을 떼고 팔아서 8남매의 학비에 보탠다.

 

송아지의 눈망울을 보면 기다란

속눈썹과 부리부리한 눈동자 때문에 미칠 정도로 이쁘다.

 

장날 송아지를 팔러 나서면 난 언제나 울었다.

어미와 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송아지가 너무 가엾고 애처로워서...ㅠ

 

내가 가지고 있는 오랜 사진 중 애착이 가는 사진이다.

이 무렵 새마을운동이 우리동네에도 들어오고 초가는 기와로 서서히 바뀌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께서 쓰시던 사랑채

대나무를 엮어 흙을 바른 웰빙한옥의 벽체가 그대로 있을 때였다.

 

정월 대보름이면 왼쪽에 보이는 사철나무 울타리에 대나무 간짓대로 두드리며

훠이 훠이 새를 쫓는 의식을 했던 곳이다. 이 의식은 보름날 새벽에 새를 쫓으면 1년 수확 때까지 새가 곡식을 쪼아먹지 않는다는 미신같은 것이 아닌가 싶다.

 

손자들을 끔찍이 생각하셨던 할아버지 할머니가 그립다..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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