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으로 `77년인 것 같다.
군입대를 기다려야 하고 딱히 할 일도 없는 어정쩡한 시기...
어릴적부터 같이 자란 동네 친구 둘과 캠핑을 갔다.
고향 울산에서 두어 시간 떨어진 경북 청하 보경사...
몇 번 차를 바꿔타고 도착한 보경사는 내가 처음 가 보는 곳이었다.
우리 일행은 계곡을 거슬러 멀리 올라가 텐트를 쳤다.
지금 기억으로 폭포가 여러개 있는데 최고 폭포 보다 더 위였던 것 같다.
화장실이 별도로 있지도 않은 시절이었고 안전에 대하여 홍보도 되지 않던 그 때...
경북 K대 산악부에서 암벽등반을 왔던 것도 기억한다.
당시 귀했던 염색한 군용 A형 텐트를 치고 잠을 청했는데...
새벽에 도둑이 들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던 소리 `찰랑찰랑`
손도끼를 들고 텐트 지퍼를 살짜기 내리는 순간 아연실색했다.
이미 텐트 앞까지 황톳물이 들어찼던 것이다.
잠든 친구 둘을 급히 깨우고
텐트를 둘둘 말아 질질 끌며 홍수난 계곡을 일단 벗어났다.
해드렌턴으로 비춰보니 우리가 빠져나온 곳에 이미 노도같은 물이 흐르고 있었다.
늦게 도착해서 잘 모르고 텐트를 친 곳이 `마른계곡` 합수머리였던 거였다ㅠ
계곡에 비가 조금만 내려도 강물같은 급류가 형성되는데
우리는 그날 일기예보도 보지 않았고 텐트치기 좋은 위치 선정만 생각했던 모양이다.
바짝 마른 땅에 날벼락이 떨어질 줄 어떻게 알 수가 있었겠냐는 거다.
유비무환이라고 했지 않은가...!
엊그제 뉴스를 보면서
늦은 더위에 강에서 피서를 즐기던 사람들이 참변을 당했다는 소식를 접하니
그게 순간적이고 남의 일이 아닌 32년 전 내가 당할 수 있었던 일이라 생각하니 너무 안타깝다.
사고현장의 뉴스는 언제나 슬프고 내 가슴이 미어지는 슬픔이라 티비를 보기도 싫다.
오늘 소주를 제법 많이 마셨다.
조기경보가 불통이었다 하고, 비 예보가 없어 수자원공사 직원들이 야간근무를 안 했다 한다.
지극히 당연한 거지만 왠지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조기경보만 울렸어도...
삼가 유명을 달리한 분들께 명복을 빌어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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