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조국은 내게 무엇일까?

진이아빠 2009. 8. 21. 01:13

`81년 여름으로 기억한다.

 

민방공 공습경보를 발령합니다!

실제 상황입니다!

민방공 공습경보를 발령합니다!

인천 상공으로 적기가...

 

난 그때 늦깎이 대학생이었다.

여름방학을 맞아 고향의 해수욕장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친구에게 놀러가서 약 1주일을 야영하고 집에 막 들어서는 순간 텔레비전에서 다급한 아나운서 멘트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나는 배낭을 내리면서 어머니께 예비군복을 달라고 했다.

어머니는 놀라시며 장농속에서 옷을 꺼내 주셨다.

전쟁이 났으니 당연히 예비군으로 소집이 될 것이고 난 어쩌면 죽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조국이 있어야 나도 있고

내 사랑하는 부모님과 가족도 있다고 평소에 생각했기에

너무나 당연히 예비군복부터 찾았던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공습경보는 해제되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무슨 일이었을까 궁금해 하고 있는데

이웅평씨가 미그기를 몰고 귀순했다는 사실을 뉴스를 보고 알게 되었다.

 

그렇다.

국가는 국민의 재산과 안전을 보호하고

국민은 국가를 위해서 목숨을 바쳐야 한다.

 

지금도 만일 당시와 똑같은 상황을 맞이하면 내가 그렇게 행동할까?

답은 절대 아니다 이다.

단순히 나이가 들었거나 세월이 흘렀기에 내 마음이 변했다는 게 아니다.

 

조국은 내게 뭘 해주었을까를 곰곰히 생각해 보고

최근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아, 국가는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주지 않는 경우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미국이 자국의 국민을 얼마나 끔찍이 챙기는지 생각해 봤다.

비록 영화일 뿐이고 다소 픽션이 가미되어 있겠지만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반세기도 더 지난 6.25 전사자 발굴이나

이번 북한에 억류됐던 두 명의 여기자를 전직 대통령이 직접 데려간 일

그런 일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전쟁포로나 억류자들을 처리하는 방식을 생각하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또한 오래 전부터 문제로 지적되고

실제 사건이 있었고 얼마 전 영화로도 만들어졌던 지강헌사건과 그가 한 말

유전무죄 무전유죄는 내 조국의 현재진행형이 아닌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어쩌고

국민이 피부로 느낄 때 만이 그 말들은 진실이 되는 것이지

아무리 미사여구를 써서 구호를 외쳐대도 한 낱 헛구호에 그친다면 국민의 충성심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스라엘과 같이 나라없이 2천년을 살아보면 조국이 얼마나 내게 중요한지 알 것이다.

 

석 달 사이에 존경하는 전직 대통령을 두 분을 잃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여기까지 오게 됐다.

슬픈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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