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행복한 비명(?)

진이아빠 2016. 1. 13. 18:54

 

 

 

 

농사꾼의 겨울은 무척이나 한가하고 여유롭습니다. 먹고싶으면 먹고 자고싶으면 자고... 여유로움이 자칫 나태함이 될 수 있기에 스스로 소일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산에도 다니고 책도 보고.

 

며칠 전 부산어묵 한 박스가 배송돼 왔습니다. 보낸사람이 누군지 알 수 없고 양도 어마어마합니다. 택배받은 날 저녁이 됐는데 아무도 자수를 안 합니다. 짚이는 친구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안보냈다며 맛있게 먹으랍니다.

 

다음 날 범인이 자수해왔습니다. 부산에 사는 아는 동생의 전홥니다

 

"형님, 집사람이 어묵 보냈다카던데 혹시 안왔던가요?"

"안 그래도 문패도 번지수도 없는 택배가 와서 궁금해 죽는 줄 알았다 하하"

 

서로 아내가 손이 커서 뭘 보내면 양이 많다며, 웃으며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동생의 아내에게도 전화로 직접 고맙다는 말 전했고요.

 

오늘 또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는 굴 두 상자가 왔습니다. 하나는 깐 굴 하나는 안 깐 굴. 이 시간까지 자수가 없어 무척이나 궁금합니다. 알아야 사례를 하든 고맙다는 인사를 하든 할 텐데 말이죠.

 

지난번 어묵사건 때 어묵보낸 업체에 전화해서 보낸사람 알 수 있냐고 했더니 자기들은 기록을 남기지않고 입금받은 순서대로 보내기만 한답니다. 그래서 오늘도 확인할까 하다가 기다려보기로 합니다.

 

마지막 사진의 독한 곡차는 아내친구가 보내왔네요. 이번주말 생일을 맞는 아내에게 선물로 보내왔는 듯한데 정작 아내는 술을 못 마십니다. 저만 살판났습니다. 새해들어 곡차를 작년 반으로 줄이려는데 말이죠ㅋㅋ

 

도시를 떠나 시골에 둥지를 튼지 어언 10년차로 접어듭니다. 도시를 떠나면 과거가 화석이 되지않을까 했는데 그건 아니네요. 그래도 좋은 인연은 꾸준히 이어지고, 새로운 인연도 새록새록 피어오릅니다. 호반의 새벽안개처럼...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자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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