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로 빗자루를 만들었습니다.
철물점에서 구입한 빗자루만큼 예쁘고 튼실하지는 않지만...
몽땅한 빗자루 세 개와 자루가 달린 긴 것 하나.
어제 빗자루를 만들어봤습니다.
작년 9월 초에 갈대꽃을 뽑아다 그늘에서 말렸습니다.
몇 달간 말렸더니 아주 잘 말랐네요.
몽땅 빗자루는 계단을 쓸 요량으로 만들었습니다.
아랫계단에서 윗계단으로 상체를 숙여 쓸어야 하므로 짧은 것이 편리할 것 같아서요.
길게 자루를 만들 기술도 부족하고요.
민물낚시용 받침대를 단 긴 것은 간판과 집 외벽의 거미줄을 걷기 위한 겁니다.
거미가 익충이고 모기나 해충들을 잡아먹기 때문에 거미줄을 그냥 뒀는데 너무 지저분해서 작년부터는 걷습니다.
낚시 받침대는 넣었다뺐다 할 수 있으니 높은 곳도 문제없습니다.
어릴적 고향집에서 약 3km정도 떨어진 곳이 태화강 하구입니다.
강가나 갯벌에 지천으로 피던 갈꽃을 뽑아다 빗자루를 만들어 팔던 친구아버지가 계셨습니다.
매년 아버지는 막내인 제 손을 잡고 왕복 두 시간여를 걸어서 빗자루사러 갔었지요.
친구 아버지는 아버지의 친구이기도 해서 빗자루값을 매번 사양했습니다.
그럴때면 아버지는 그분을 모시고 길가 대폿집으로 향했습니다.
주거니받거니 거나하게 취할 때까지 막걸리잔을 기울이셨고 옆에 앉은 저는 지겨워 아버지를 졸랐습니다.
"아부지요, 집에 언제 가능교?"
"이녀석아 조금만 기다려~"
보챌 때마다 거친 수염이 있는 턱으로 제 얼굴을 문질렀습니다.
어제 빗자루를 매는데 문득 어릴적 아버지와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올해도 갈꽃을 뽑을 겁니다.
내년 이맘때도 빗자루를 매면서 아버지를 추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