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얼기설기 곶감건조장

진이아빠 2012. 10. 27. 12:13

 

 

원래 진이네민박이 아니라 진이네농장이 주업이었는데

이곳으로 이사하기 전부터 조성했던 대봉감농장이 기후조건에 맞지않는 묘목을 식재하는 바람에 다 죽고...

곶감깎는 계절이 오면 청도에서 택배로 구입해 곶감을 만드는 신세로 전락했다.

그나마 작년에는 건너뛰더니 올해는 10박스를 깎는단다.

 

나는 감껍질을 얇게 깎지 못하기 때문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

다만 이번에는 얼기설기 건조장(?)을 만들어 줬을 뿐이다.

하루 두 박스씩 깎는데 그 기간중에 비예보가 있다고 했고 올해는 유난히 잠자리가 배설을 많이 해서 가림막이 필요했다.

오늘 아침 아주 가느다란 가랑비가 살금살금 내리는데 비닐가림막이 제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007년 땅을 사고 감나무를 심을 때만 해도 꿈이 컸다.

관행농을 하던 땅이라 농약과 비료를 많이 썼을 것이니 녹비작물로 지력을 되살리고...

어른 주먹보다 굵은 대봉을 자연상태에서 홍시로 만들어 냉동보관했다가 여름철 `아이스홍시`로 팔면 밥은 먹고 살겠다.

지금 생각하면 어떤 이의 꼬드김에 놀아난 꼴이지만 그땐 실현가능할 줄 알았으니...

 

5년을 허송하고 내년에는 뭘 심을까 고민해야 하는 싯점에 왔다.

난민촌같이 엉성한 곶감건조장이 우스꽝스럽지만 대롱대롱 매달린 곶감이 앙증맞다.

이런저런 시름을 잊고 내일은 또 새로운 해가 뜬다는 희망으로 오늘을 열심히 살아보려 한다.

누군가 그랬던가, 미래는 이미 와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