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서 보는 지리산

조금 전 오후 2시 30분 무렵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했어요

진이아빠 2012. 9. 4. 15:09

 

 <지리산 정상은 아예 안 보입니다>

<데크에 후두둑 떨어지는 굵은 빗방울이 보이나요?>

 

오후 2시 쯤 천둥소리가 들리고 먹구름이 잔뜩 몰려오더니 2시 30분 쯤 매우 굵은 빗방울이 쏟아집니다.

어린시절부터 비를 좋아해서 중·고등학교 때까지 거의 우산을 챙겨다니지 않고 비를 맞고 다녔습니다.

물에 빠진 생쥐같이 쫄딱 젖은 모습을 보는 분들은 안쓰러워 하셨지만 웬일인지 비가 그리 좋더군요.

 

오늘같이 비가 시작할 무렵이면 언제 비가 쏟아질까 내심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빗방울이 파문을 그리며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괜시리 옛추억에 젖고 센티멘털해집니다.

그러다 퍼뜩 정신이 들면 옷깃이 젖어있음을 느끼거나 날궂이 곡차생각이 나니 이것도 무슨 병이겠죠^^

 

오늘은 거실에 서서 데크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보니 간밤에 꾼 꿈이 생각났습니다.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12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현몽하셨거든요.

고향마을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과 더불어 오랜만에 아버지를 뵐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

 

올해는 장마가 짧은 대신 늦게 피해를 남기고 떠난 태풍들이 많이 원망스럽지만 오늘은 감성에 젖습니다.

아직 피해복구를 못하고 발을 동동 구르는 분들이 안쓰럽고 많이 안타까운데 비타령을 해서 송구스러우나,  비를 좋아하는 감정이 즐겁거나 행복한 그런류가 아니라 깊은 생각에 잠기는 야릇함이라 해야 하나...

 

아무튼 심경이 복잡한 그런... 비내리는 오훕니다.

'거실에서 보는 지리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밤에 무슨 일이?  (0) 2012.09.10
걷기에 참 좋았던 날씨  (0) 2012.09.08
오랜만에 햇살이  (0) 2012.08.31
태풍이 남기고 간 생채기  (0) 2012.08.29
이 시각 지리산은...  (0) 2012.08.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