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토종 우렁이를 잡다

진이아빠 2012. 5. 27. 13:29

 

 <우렁이를 깨끗이 씻어 해감하기 직전>

사진상으로 비교대상 물체가 없어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지만

굵기가 대단했다.

허나 까니까 애걔걔 할 정도로 알맹이는 작았다.

 <환경지표종 거머리가 버글버글ㅜ.ㅜ>

왼손으로 담는 망을 붙잡고

오른손으로 물속을 더듬어 잡는데 우측팔이 간질간질했다.

어릴적 거머리에게 많이 물려봐서 직감적으로 거머리가 붙었다는 것을 알아챘다.

곧바로 떼냈지만 그 상처는 지금도 간지럽다.

거머리에게 헌혈은 했지만

오염되지 않은 곳이라 마음은 뿌듯했다.

 <우렁이를 삶아 까서 무게를 쟀더니 1/10로 줄었다>

처음 잡았을 때 엄청난 양인 줄 알았다.

집에 와서 삶아 깠더니 허거걱, 1/10로 줄었다.

고생한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 셈.

 <삶아 까서 밀가루로 박박 문질러 손질한 모습>

어릴적에는 대충 손질해서 먹었던 것 같은데

오늘날 만물박사인 인터넷에 찾아보니 밀가루로 씻으면 비린내를 없앤다나 뭐라나.

우렁이가 실해서 속살도 충실하다.

 <비빔국수에 고명으로 얹어 시식>

손질해서 제일 먼저 비빔국수를 만들어 먹어봤다.

채소고명에 가려 넉넉히 들어간 우렁이가 잘 안보이는데 막걸리와 함께 먹은 맛은 ㅋㅋㅋ

 <우렁이는 뭐니뭐니해도 된장과 함께할 때 제맛이다>

호박, 양파, 두부, 우렁이, 청양고추를 곁들여 보글보글.

낮에는 비빔국수로 시식을 하고

저녁에는 된장찌개와 막걸리를 곁들여 폭식을 했네.

식후 소화를 돕기위해 동네를 두 시간이나 돌아댕겼다능^^;;

<250g씩 진공포장해서 처가행을 기다리는 중>

우렁이를 손질하다 장모님과 통화하더니 포장단위가 결정됐다.

1회 드시는데 250g 정도면 충분하대나 뭐래나.

 

***

 

이곳으로 이사와서 자투리시간에 낚시를 다녔는데

대부분의 우렁이알은 바위나 나뭇가지같은 곳에 핑크색으로 매달려 있었다.

그나마 처음에는 그게 뭔지 몰라 물었더니 우렁이알이라고 했다. 

<예전에 찍었던 외래종 우렁이 사진>

 

그런데 어릴적 기억을 아무리 되새겨봐도 우렁이가 그런알을 낳지 않았는데.

늘 뭔가 이상하다 속으로 생각했는데 이번에 그 의문이 풀렸다.

핑크색알은 우렁이농법을 위해 브라질같은 외국에서 도입한 우렁이알이라는 것.

 

우리 토종우렁이는 알이 아니라 새끼를 낳는 것 같다.

잡으러 갔을 때 그 동네분께 여쭸었다.

우렁이가 산란을 마쳤냐고.

 

분명히 산란을 마쳤다고 하셨는데

붕어같이 2차산란이 있는지 가끔 새끼를 가진 우렁이가 있었다.

핑크색 알이 아닌 새끼였다.

 

토종 우렁이가 있는 그 방죽에는 어르신들이 우렁이를 잡고 계셨는데

낯선 이방인인 나를 보시고 경계를 하셨다.

어디서 왔냐, 다른사람에게 소문내지 말라...ㅎㅎ

 

우리 먹을 것을 남기지 않은 관계로 다시 잡으러 가야 하는데

거머리가 너무 많아 엄두가 안난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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