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완연한 봄이다.
며칠 전 장맛비같은 장대비가 쏟아지던 날
창밖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쳐다보며 잠시 추억에 잠겼는데...
시야를 멀리 지리산쪽으로 향하는 순간
하늘을 나르는 한 무리의 새까만 점들을 발견했다.
삼월삼짓날이면 강남에서 박씨를 물고온다는 제비였다.
어릴적 우리집 처마에는
적게는 하나에서 많게는 세 개까지 제비가 집을 지었고
새끼를 부화해서 둥지를 떠날때까지 지지배배 재잘거리던 참 정겨운 친구었다.
지대地臺랑 마당에 숱한 배설물을 쏟아내 때로는 귀찮은 존재로 여기기도 했으나
제비집 아래에다 합판조각이나 골판지를 매달아 똥받이를 해기도 했던 아련한 추억.
그 추억의 새가 매년 잠깐씩 보이기는 하는데 집을 어디에 짓는지 통 보이질 않는다.
오늘은 제비가 있을까 내다봤더니
굴삭기가 열심히 웅웅거리며 고사리뿌리를 캐고 있다.
매년 이맘때면 고사리뿌리를 솎아 판매하는 농장이 있다.
관행농으로 논농사나 밭농사를 지어봐야 돈이 안되니
특용이나 약용작물로 바꾸는 농가가 많아지면서 고사리뿌리도 수요가 늘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그냥 캐가시오 하다가 kg당 3,000원을 넘어선지 오래라는 주민의 전언이다.
이래저래 농사는 쉬운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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