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상복합건물>
어제 몇 가지 볼일이 있어서 잠시 고향을 다녀왔습니다.
내일이 딸아이 생일인데 집에 올 수 없고 지난 추석때도 아르바이트하느라 못와서 우리가 갔습니다.
따뜻한 밥이라도 함께 먹을까 하고요.
오후 1시에 출발해서 제가 조합원으로 있는 농협에 먼저 들러 추석선물을 받고 이것저것 상담도 좀 하고 아이 수업이 종료될 시간에 맞춰 학교앞으로 갔습니다. 가는 길에 찍은 주상복합건물인데 울산에는 저런 마천루들이 시가지중심 여러곳에 우뚝 서있습니다.
2006년 경이었던가, 울산시내 거의가 재개발, 재건축지역으로 지정되면서 주상복합 붐을 일으켰습니다. 주상복합건물에 100평이 넘는 아파트도 시공되었고요. 많은 사람들이 아파트를 주거공간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재테크의 수단 정도로 여기는 것 같았습니다.
내 친구 하나는 건축관련 일을 하는데 자기가 사는 집과 별도로 주상복합아파트 두 채를 샀다더군요. 내가 이곳으로 이사오기 직전 수 차례 전화를 걸어 집 한 채만 사(달)라고 애원하다시피 하더군요. 주상복합아파트에 투자했는데 사정이 어려워졌다면서요.
어제 지나치면서 보니까 여기저기에 `미분양, 즉시입주` 등의 초대형 현수막들이 걸려있었습니다.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지요. 돈줄을 물고 재개발 시행사들이 난립하면서 고가의 보상을 제시하고, 시공사들이 덩달이로 시공및 분양에 열을 올렸지만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고가의 토지보상은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졌고 투자라고 생각하는 일부계약자들이 분양신청을 하더니 지금은 도미노처럼 미분양건물들이 줄지어 섰습니다. 저녁식사를 하고 땅거미가 내릴 무렵에 보니 거대한 괴물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간혹 불켜진 집들이 보였지만...
아이와 맛난 초밥을 먹고 무거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사실 한잔하고 오늘 귀가할까 몇 번이나 망설였으나 고향땅에 오래 머물지 못하겠더군요.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로 이상하게 형제들집을 가기가 쉽지않고 불편하네요. 친구들을 불러내서 밤새 술잔을 기울여도 되지만 신세지는 것을 워낙 싫어해서...
갈수록 고향에 머무는 시간이 줄더니 이젠 왕복 500km를 당일치기로 다녀옵니다. 이것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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