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想

비내리는 날 망상

진이아빠 2010. 4. 1. 19:27

농사꾼이 할 일이 없으니 어찌보면 `나이롱`이지요. 그렇다고 비오는 날 없는 일 만들어서 청승떨기도 뭣하고.

천안함 승조원들의 구조소식을 기다리느라 매일 늦은 밤까지 잠 못 자고 텔레비전을 통해서 보도되는 뉴스는 오히려 의혹만 더해져 답답합니다. 정말 피치 못할 이유로 뭔가를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요? 제 상식으로는 도저히 사건개요가 그려지지 않습니다.

 

사고 첫날 자막을 통해서 본 내용은 해군함정 서해안 백령도 부근에서 침몰중이라고 나왔던 것 같고

조금 뒤 다른 함정에서 사격명령을 받고 함포사격중이라는 자막이 떴던 것 같은데.

그날 이후 국방부나 해군에서 발표하는 내용들이 수시로 바뀌고 있어 어느 정도 믿어야 할지 헷갈립니다.

사고발생 시간을 애초 밤 9시 45분이라 했다가 30분, 오늘은 그 전으로 앞당겨 발표하네요.

 

우리군의 초기대응은 잘 됐다는 대통령과 국방장관의 발표가 있었을 때

승조원 104명 중 58명만 구조되고 아직 46명이 생사불명이라 했는데 잘됐다니 무슨 말인가 의아했고.

시간이 흐르고 날이갈수록 뭔가 조짐이 좋지 않은 쪽으로 흘러가는 듯하여 심히 걱정스럽습니다.

예전에 자라를 본 일이 있어 지금 이것이 솥뚜껑인지 자라인지 솔직히 분간하기 함듭니다.

 

어젠가는 모 방송국에서 함미부분을 수색하던 SSU대원이 4구의 사체를 발견했다는 뉴스가 있었다고 하고

그 기사는 유족들의 가슴아픈 사정을 고려하여 삭제했으나 오보는 아니라고 하더군요. 개인적인 얘기지만 그 보도본부장은 M방송국에 근무하다 그곳으로 옮긴, 저의 중학교 때 반장이었던 친구입니다. 인터뷰를 보니 군 관계자에게 다양한 채널로 수 차례 확인했기 때문에 오보는 아니라고 합니다.

 

만일 그 보도가 사실이라면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00년엔가 러시아 핵잠수함 침몰사건 때 2~3일 동안 승조원들이 생존해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전 세계가 들끓었던 적이 있었지요. 러시아가 노르웨이의 즉각적인 구조지원제의를 군사비밀유출 걱정 때문에 거절했다고 밝혀 더욱 더 충격을 줬는데, 설마 우리나라에서 그런 일은 없겠지요.

 

1960년대 초 냉전체제가 극에 달하고 미국과 구소련이 정찰기 격추사건으로 시끄러웠던 일이 있었습니다.

U2기라는 고고도 정찰기가 소련상공에서 격추된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미국 언론들은 즉각 보도를 하려 했고 미국 정부는 군사비밀이 유출되면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엠바고를 걸었지요. 미국 언론은 국익보다 국민의 알권리가 우선이라며 보도했습니다. 우리 언론도 본받아야 할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늘 뉴스검색을 하다 보니 M본부 보도본부장이 3월 24일자인가 바뀌었더군요. 희한하게 그 친구도 중학교 동기네요. 이 두 본부장은 M사에 있을 때 한 명은 모스크바 특파원, 한 명은 도쿄 특파원을 지냈는데 둘 다 언론인으로서 최고의 영예라 할 수 있는 직위까지 올라서 개인적으로 기쁩니다. 특히 한 녀석은 `80년대 말에 터진 새마을운동본부 사건 때 제게 와서 취재소스를 달라고 했던 그런 친구네요.

 

아마 두 친구 다 잘할 거라고 믿습니다. 그 친구들 공부만 죽도록 하던 공부벌레가 아니고 운동이면 운동 예능이면 예능 어떤 분야든 골고루 실력을 발휘했던 친구라 정론직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이 정부 들어 언론환경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 걱정이 조금 되긴 합니다. 종일 추적거리는 비 때문에 갑갑한 마음에 쓸데없는 말들 주절거려 봤습니다. 46명의 대한건아들이 꼭 생환하길 두손모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