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 검다고 백로야 웃지마라
겉이 검다고 속조차 검을소냐
겉희고 속검은 이는 너뿐인가 하노라
아주 오랜 옛날
학창시절에 외웠던 싯구입니다.(맞는지는 모릅니다^^)
우리집 앞 강에는 텃새로 살아가는 까마귀가 있습니다.
때로는 여러마리가 때로는 한 쌍이 저렇게 노닙니다.
봄부터 여름을 지나 가을까지는 백로와 공존하기도 합니다.
그때 백로와 까마귀의 생활을 비교 관찰할 수 있습니다.
백로들은 자기가 낳은 새끼들이 목좋은 바위에 앉아 지나가는 물속 먹이를 기다리면
덩치로 밀어부쳐 쫓아버리고 자기가 그 자리를 차지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참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쩌면 덩치로 먹이경쟁을 할까 싶어서 마음도 아팠고요.
그러나 까마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무리로 군집생활을 하면서도 서로 싸우거나 경쟁하지는 않더군요.
예로부터 까치와 백로를 성스러운 짐승으로 치부하고
까마귀는 재수없는 짐승으로 대했는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어릴적 병아리를 채가던 까마귀를 쫓느라 고생했었는데
이곳으로 이사와서 금슬좋은 까마귀를 자주보니 정감이 갑니다.
인간들도 겉희고 속검은 이들이 많지요?
까마귀 검다고 웃을 일이 아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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