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자농사

실패한 귀농인과의 통화

진이아빠 2009. 8. 30. 23:31

저녁식사를 마치고

귀농사이트를 통해 글로만 알게된 어떤분께 전화를 드렸다.

그분은 귀농 12년차며 자칭 귀농실패자라고 했다.

연세가 예순아홉이니 이제 다시 도시로 돌아갈 수도 없다.

이미 투자한 돈만해도 수억이라 이젠 빚을 내서 사는 형편이고

자식들의 도움이 없으면 삶을 영위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라 하셨다.

한 마디로 우리나라의 농촌, 미래는 없다고 단언하셨다.

전화를 끊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너무나 안쓰럽고 나의 미래모습이 아닐까 심히 걱정스럽다.

 

며칠 전 어느 방송국 작가로 부터 전화를 한 통 받았다.

귀농관련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성공한 귀농자와 실패한 귀농자가 필요하단다.

그 중 나를 후자로 인터뷰하고 싶다고 했다.

약 한 시간 동안 통화하면서 귀농 정책에서 부터 귀농자들이 처해있는 현실에 이르기 까지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솔직하게 의견을 나눴는데 꼭 나를 인터뷰하고 싶다고 애원하다시피 했다.

나는 단호하게 얘기했다, 난 아직 귀농한지 오래되지 않은 애숭이에 불과하며

일천한 경험을 이야기해 봐야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울 거라고...

23일까지 마감인데 그 전에 꼭 필요하면 다시 연락하겠으며 그 땐 협조부탁한다고 말하며 끊었다.

 

26일 방영되는 프로그램은 보지 못 하고

다음날 우연히 재방송을 보게 되었는데 생각한 그대로였다.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간편성원칙(Equal-Time Law)대로 하라고 누누이 말했건만

내가 그렇게 느껴서인지 몰라도 좋은 면, 밝은 면만 보여서 무작정 귀농하는 사람들을 양산할까 두렵다.

실패자들의 면면을 잘 살펴보면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하고 자금도 나름 넉넉히 가져왔는데

예상치 못 한 일들로 또는 농산물을 생산해 팔아봤자 돈이 안 되니 곤란을 겪는 것이다.

오늘 통화했던 그 어르신도 억대를 투자해 식품제조업 허가까지 득하고 1차 가공품을 생산하지만 희망이 없단다.

 

각종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요즘 부쩍 귀농관련 방송을 많이 편성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정말 걱정스럽다.

경제가 어려우니 도시에 살던 사람들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귀농을 결행할까 두려운 거다.

누구나 너무 어려운 처지가 되면 `설마 거기도 사람사는 곳인데 지금보다 더 어려울까`하고 실행에 옮길 수 있는데 그렇게 덤볐다간 큰 낭패를 당할 수 있다. 농촌에 부동산을 일단 구입하면 팔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따라서 오도가도 못 하는 신세로 전락할 소지가 다분하다.

 

나는 지금 이곳으로 오기 전에

3년 여 준비를 하면서 제주도로 갈까도 생각했고, 실제 내 차를 카페리에 싣고 제주도를 서너바퀴 돌았던 적도 있다. 그 때 내게 진심어린 조언을 해 주셨던 고마운 분을 잊을 수 없다.

그 분 말씀이 일단 부동산을 구입하고 나면 육지로 되돌아갈 생각일랑 말아라는 거였다.

그래서 덜컥 겁먹고 포기했는데 육지내에서 농촌으로 들어가는 것도 별반 다를 것 없다.

임자를 만나지 못 하면 평생 내땅인 것이지 별 수 있나-,.-;;

 

아무튼 귀농 그거 심사숙고하라고 조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