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자농사

유기농이면 인증서를 제시하라!

진이아빠 2009. 8. 30. 10:05

 

<유기농한답시고 감나무밭이 풀밭이다>

 

모 사이트에 종종 농사와 관련된 말들이 오간다는 걸 잘 안다.

아니 농산물의 품질과 가격에 관한 글이라 해야 옳을지 모르겠다.

 

대부분 옳은 말들이다.

유기농이라면 유기농 인증을 받고 인증서를 제시하면 된다.

 

또한 식품제조업을 하려면 제조업에 걸맞는 시설을 하고

법에 따라 당해 기관에 신고 또는 허가를 받고 하면 된다.

 

하지만 당사자가 돼 보면 말처럼 그리 쉽지 않다는 걸 안다.

 

먼저 유기농 인증부터 보자.

 

최소 3년만 농약이나 비료를 쓰지 않으면 대부분 유기농 인증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들어가는데 농촌에서 살아보면 시간과 돈이 어떤 건지 알게 된다.

다시 말하자면 분명히 인증을 받아야 옳은 줄 알지만 쉽지 않다는 거다.

 

한번 받아 놓으면 영원한 것도 아니다.

몇 년 간격으로 계속 반복해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

검사기관이 이웃에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쉽지 않다.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당연히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권리임에도

생산자의 입장을 이해하면 우리나라 정서상 너무 가혹하게 요구하기도 어렵다.

이것이 현실이요 딜레머다.

 

그렇다면 생산자의 양심을 믿으면 안 될까?

오랜 거래를 하면서 생산자의 인성을 파악하면 양심도 보일 거라 생각한다.

아무리 양의 탈을 쓴 늑대라 해도 오래지 않아 탄로가 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 식품제조업을 보자.

 

식품제조업법상 식품을 제조하려는 자는 일정한 시설을 갖추고...

여기서 일정한 시설이라는 게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대단히 어렵다.

시골에서 2종 근린생활시설을 갖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럼에도 법은 2종 근린생활시설(상가)에 일정 시설(식품제조와 관련된)을 갖추고

관할 지자체에 신고한 후 영업을 하라고 하는데 이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또 이 시설만 갖췄다고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지하수일 경우(시골은 대부분 지하수) 수시로 수질검사도 해야 하고

생산품의 품질도 일정기간마다 검사해서 제출해야 하고

이런 일련의 일들을 하려면 소규모 농사꾼이 감당키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공무원들은 조언한다.

 

그럼에도 규정대로 하라는 건

만일의 사태(신고하지 않고 팔다가 식중독이나 무슨 문제가 생길까 봐)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는 게 현실이 아닌가 싶다.

 

영세한 농민들이 식품제조업법대로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기는 애시당초 불가능이다.

어차피 그렇다면 차선책으로 농업인에 한해서 예외규정을 두었으면 좋겠다.

연 매출 3천만 원(소규모 사업자 면세점) 이하이고 직접 생산해서 소비자와 직거래를 할 경우엔 예외로 인정해 주는...

 

만일 예외규정을 두었을 경우에 예상되는 문제를 보면

비양심적인 농업인이 원산지를 속이거나 불량재료를 써서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와 같은 문제가 있겠지만

이런 일들은 식품제조업 신고를 하고 판매하는 기업들에서도 나타나는 일이니 문제랄 것도 없다.

 

광고를 하지 않고 알음알음

또는 직거래 단골들과 주로 거래를 하게될 테니 옥석을 쉽게 가리게 되어 도태되는 농민들도 생길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나쁜 점보다 좋은 점이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다수 농민들은 아직 남을 속일줄 모른다.

귀농한 사람들은 더더욱 그렇더라.

상식과 논리로 탄탄하게 무장하고 나름 당당하게 귀농을 선택한 사람들이 법규에 묶여 곤란을 겪는 사람 한둘 아니더라.

 

신뢰를 갖자!

일단 농민을 믿어보자.

요즘은 왠만하면 다 사진을 볼 수 있잖은가?!

 

자신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면서까지 속일까?

돈이 들어가는 일은 농민들에게 실로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그들은 지금도 빚에 쪼들리고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지금 당장 페달을 밟지 않으면 쓰러지는 자전거를 타고 있다.

 

한번 거래한 농민과 계속적이고 반복적으로 거래하기를 권해본다.

그러면 아마도 좋은 먹거리를 싸게 먹을 수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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