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안 젖은 계단에서 식사하는 상인>
어느 나라든 못 살고 어렵게 사는 사람이 없겠냐만
퍼블릭 마켓이라 불리는 재래시장 안의 상인들은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해서 안간힘을 쏟는 처절한 인생 같았다.
위 사진 한장이 말해주듯
이 청년은 밥 위에 찌개같은 걸 얹어서 식사를 했는데
밥 양은 우리의 공기로 10공기도 더 돼 보였고 찌개는 돼지고기 기름에 야채를 가미한 것 같았다.
밥은 냄비로 해서 옆에 보이는 플라스틱 통 속에 넣어 두고
찌개는 곤로같은 것에 즉석에서 끓여 따뜻하게 먹었다.
식사가 끝날 때까지 뒤에 서서 지켜 보았는데 나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우리의 풍족함이 과연 합당한가
분수를 넘는 호사를 하고 사는 건 아닌가
어려운 이웃을 얼마나 챙기고 살았고 현재도 그렇게 사는가...
질척한 계단에 퍼질러 앉아
주린배 속을 양껏 채우려는 먹성
내가 어렸을 적에 우리네 삶도 저랬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준 사건이었다.
부모들은 돌아오는 제삿날이 겁났겠지만
어린 우리들은 쌀밥에 맛있는 생선이라도 얻어 먹을 수 있으니
명절이나 제삿날이 손꼽아 기다려졌던 건 당연지사다.
분수에 맞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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