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농민으로 산다는 것
그것은 죽지 못해 겨우 연명하면서 산다는 것이다.
초근목피로 보릿고개를 넘겼던 우리네 부모들
그 세대들이 가신지 오래건만 아직도 농촌에서는 그리산다.
내가 말로만 한다면 믿지 못할지 몰라도
적어도 지금 내가 겪으면서 하는 말인데 사실이 아닐까?
내가 유일하게 존경한 역대 대통령인 노통께서
가시면서 남겼다던 "정치하지 마라"는 말씀, 지금 내가 겪는 일상이다.
요즘 방송이나 인터넷에 난무하는 용어인 귀농, 귀촌
겉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최근들어 경제난이 농촌행을 더운 부추기는 듯하나
가진 것 없고 아무런 연고가 없으면 더욱 더 처량해진다.
간단한 예로
모 방송의 `여섯 시 내고향`에서 귀촌한 사람들의 성공담을 자주 접하는데...
어떤 농사를 어느 정도 규모로 하느냐가
밥을 먹느냐 굶느냐의 관건이라 보면 크게 틀리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대규모 시설작물을 하여 연 매출 몇 억대로 할 것인가
아니면 소규모 자급농을 하여 입에 풀칠을 할 것인가가 대단히 중요하다.
대규모 시설농의 경우
기반시설을 하려면 엄청난 자본이 투입되어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고...
생산한 농작물을
어디에 어떻게 안정적으로 팔 건가도 아주 중요하다.
느린 삶을 지향하는 소규모 자급형인 경우
대부분 친환경이랍시고 농약, 비료를 쓰지 않고 풀과의 전쟁에서 일차로 패장이 된다.
한 여름 뜨거운 뙈약볕 아래
새까맣게 그을려 가며 죽어라 풀을 매도 이틀이 멀다하고 풀은 또 그대로다.
한 가족이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할 수 있는 농사는 아주 쬐끔밖에 안 된다.
다시 말해 그렇게 해서는 입에 풀칠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공부하는 아이가 있거나
달린 식솔이 많으면 더더욱 힘들다고 봐야 한다.
빛좋은 개살구 전원생활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흔히 봤던 전원일기 같은 삶이라고 착각하면 큰 일이다.
넓은 마당에
콜리같은 개를 풀어놓고 바베큐나 해 먹는 그런...
나도 도시에서의 득달같은 치열함이 권태롭고
오롯이 유유자적 느린삶을 살겠다며 다짐하고 왔건만 시작부터 암초투성이다.
이곳으로 오기 전 이미 대도시 단독주택에서
100평이 넘는 잔디마당에 콜리견과 장난치며 살아본 경험이 있는데도
농사로 생계까지 유지해가며 산다는 것은 낭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착시현상이랄까?
혼자 가끔 푸념아닌 푸념을 하지만
일단 좋은 이웃을 만나야 하는데 우리는 그것부터 잘 못됐다.
성공한 선배 귀농자의 말에 귀를 기울였어야 하는데
실패한 귀농자의 달콤한 말에 무지개를 그려버렸었다.
그것도 알고보니 7년간이나 있는 것 없는 것 다 팔아먹고 거지일보직전인 그들의 말에...
불필요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
우리는 많은 자본과 시간을 투자해서 공부를 한다.
나는 바보같이 장인지 똥인지 구분도 못하고 덜컥 맛봤다.
그 맛이 똥인 줄 아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겨우 1년 남짓만에
주변인들의 말을 듣고 그들과 어울리며 몸소 체험하고서야 알았으니 똥맛도 보통 똥맛이 아니다.
귀농하려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일단 말리고 싶다.
농촌에서 노력하는 1/10만 열심히 일하면 도시의 삶이 훨씬 풍요롭다고...
귀농하지 마라!
나같은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귀농하려거든
철저하게 준비하고 여건이 성숙된 후에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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