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역사의 수레바퀴는 돈다?

진이아빠 2013. 1. 30. 10:28

 

역사는 수레바퀴처럼 돌고돈다 했던가요.

덕지덕지 덫칠한 페인트 아래서도 도도한 역사의 흐름이 멈추지않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구국의 유신이다`

그렇습니다. 구국, 나라를 구한다는 뜻이지요.

 

저때 내가 중3이었던 것 같네요.

드넓은 운동장에 전교생을 모아놓고 유신찬양하던 교장선생님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아이인 나는 `우리식 민주주의`가 좋은건 줄 알았죠.

문맹율 높고 먹고살기 바쁜 촌뜨기들 또한 유신이 뭔지 어떻게 알았겠어요.

 

그러는 사이 장준하 선생, 김근태 선생, 전태일 열사같은 분들이 역사의 꼭지점에 서계셨죠.

백척간두에서 힘들고 외롭고 고통스러웠을 그분들.

 

우리는 그분들께 큰 빚을 졌음에도 인지하지 못하고.

그저 내입에 거미줄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진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역사라는 단어를 자주 접합니다.

지난 대선때는 아버지의 공과를 역사의 심판에 맡기자는 말이 회자되면서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는 걸 봤는데요.

 

호랑이는 정말 죽어서 가죽을 남길까요.

사람은 죽어서 꼭 이름을 남겨야 할까요.

 

어떤 사건을 기념비적이다고들 칭하시나요.

가까운 공공기관이나 우뚝선 구조물들에는 어김없이 기념비들이 서있습니다.

 

심지어 코딱지만한 학교에 기념식수 기념비가 수십개나 되는 곳도 봤네요.

그 비석이 짧게는 몇백년에서 길게는 수천년이 지나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겁니다.

 

가는 곳마다 우뚝선 구조물들이 정말 기념비적인 일이라 수천년 기려야 할까요.

공해 또는 쓰레기라는 생각이 들 때는 없던가요.

 

과한 것은 부족함만 못하다는 말이 있던가요.

 어릴적 생각이 나서 빙판위를 조심스레 올라봤습니다.

옛날 얼음보다 훨씬 더 미끄러운 느낌은 운동신경이 무뎌졌다는 뜻이겠지요.

 

저정도 얼음판이면 동네꼬마녀석들이 북적대야 하는데 북풍만 스쳐지납니다.

썰매생각이 나는군요.

 

나에게는 조카죠.

큰누님 아들이 쉰 넷인데 진주에서 교편을 잡고 있습니다.

 

내가 열살무렵이었으니 그아이는 일곱살이었겠지요.

방학을 맞아 누님댁엘 갔는데 꼴랑 세살위지만 외삼촌이라고 썰매를 만들어달라 조릅니다.

 

널빤지, 각목, 철사등을 구석구석 뒤져 찾았습니다.

대충 모양새를 갖춰갈 즈음 톱질을 하다가 삐긋하면서 왼손위로 톱날이 올라탔습니다.

 

다치면 으레 뼈가 훤히 보인다고들 하잖아요.

정말 뼛속이 훤히 보였습니다.

 

된장발라 천조각으로 둥여매고 썰매를 완성해줬더랬죠.

영광의 상처는 춘양목의 옹이같이 지금도 나의 왼손에 멈춰있습니다.

 고즈넉한 산사.

이 산문을 드나드는 사람들은 무슨생각을 할까요.

 

아들낳게 해달라는 분들은 설마 없겠지요.

속세에서 선남선녀로 살아가는 것도 쉬운일이 아닌 까닭으로 간절함은 있을 겁니다.

 

혹자는 일신의 영달을.

혹자는 현세구복보다는 내세에서의 융숭한 삶을 기원할지 모르겠습니다.

 

누군가는 아이의 합격을 바랄 수도 있겠고.

또 누군가는 아픈 육신을 낫게 해달라고 매달릴지 모르겠습니다.

 

대동소이하지만 애틋한 것만은 분명할 것입니다.

만사형통이 필요한 싯점입니다.

길냥이녀석입니다.

작년인지 재작년인지 뚜렷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딸아이와 밤에 산책을 나갔습니다.

 

어디선가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 봤더니 저녀석과 동료들이 있더군요.

주저앉아 고양이소리를 내며 손을 흔들었지요.

 

보통의 길냥이들은 부르면 오히려 도망가는데 저녀석은 냉큼 달려오더군요.

딸과 나는 녀석을 흠씬 쓰다듬어 줬습니다.

 

딸아이를 시켜 멸치대가리를 갖다 줬고 우린 그렇게 헤어졌습니다.

어제낮 잠깐 자동차를 살피는데 저녀석이 지나갑니다.

 

지난번같이 고양이소리를 냈더니 아니나다를까 쪼르르 달려옵니다.

한참동안 놀았습니다.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내 주변에서 뒹굴뒹굴하더군요.

아마 누군가의 집에서 살다 버림받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점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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