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想

정치를 외면하고 살 수 있을까?

진이아빠 2012. 12. 15. 10:58

 

 어제 오후

내리던 비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일 때 등구재쪽은 한 폭의 수채화같았다.

 지리산에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렸을까?

수량이 늘면서 유빙들이 거품같이 떠내려가 깜짝 놀랐다.

하얗게 떠내려가는 것들이 모두 얼음조각들.

저 많은 얼음들이 어디에 얼어있다가 떠내려 가는지 궁금했다.

 

***

 

초등학교를 같이 졸업한 친한 친구 중 하나가 삼청교육대를 갔다왔다.

그 친구는 전교1등을 했던 수재였을 뿐 아니라 축구, 달리기같은 운동에도 만능이었고 잘 생기기까지 해서 만인의 팬이었다.

그 친구의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는 친구사이고 그와 내가 모든 면에서 1등을 주거니받거니 했으니 남다른 애증이 있었다.

중학교도 같은 학교에 다녔고 1학년 때는 같은 반까지 했으니 보통 인연이 아닌 셈이다.

그 친구나 나나 집안은 그리 넉넉지 못했고 불행히도 그 친구의 아버지는 교육열이 저조해 고등학교 진학을 시키지 않았다.

고등학교에서 헤어진 그 친구와 나는 갈길이 달랐는지 차츰 멀어졌고 만날 기회가 거의 없었다.

 

대학다니느라 객지생활을 시작하고는 가끔 고향에 가더라도 친구만날 시간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다른친구로부터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ㅇㅇ이가 삼청교육대에 끌려갔다는 것이었다.

정확하게는 알 수 없으나 역전 포장마차에서 낯선이들과 시비가 붙었는데 경찰들이 그를 잡아다가 삼청교육대로 보냈다고 했다.

당시에는 흉흉한 소문들이 많이 떠돌았다.

바르게살기운동본부에 소속된 모 인사가 자기에게 밉보인 젊은이 둘을 `꼰질러서` 잡혀갔다는 둥 하는.

 

또 다른 친구는 당시 군대생활을 하면서 삼청교육대에 있었다고 했다.

잡혀들어온 사람들은 모두 폭도니 개잡듯 잡으라 했다는 것이다.

군인은 명령에 죽고사는지라 윗분들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 하니 마음약한 그 친구도 동참해서 피교육생들을 족쳤단다.

이 두 친구는 아는 사이지만 서로 삼청교육대 이야기는 절대 안 한다.

피교육생과 교육생으로 각자 아픈과거가 있기 때문이리라.

이렇듯 아픈 과거를 안겨준 것은 당시의 시대상황, 즉 정치상황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나흘앞으로 다가왔다.

시골에 오고부터는 대부분의 정보를 인터넷으로 접하고 있다.

교류하는 넷상의 지인들 의견이 크게 둘로 갈라지는 것을 봤다.

`그놈이 그놈인데 뭣하러 투표하나`, `국민에게 주어진 딱 하나의 권력이 투표권인데 그걸 왜 포기해`

 

둘 다 맞다.

그동안 정치가 국민에게 얼마나 큰 실망과 상처를 줬던가.

국회는 싸우는 모습이나 보이고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는 듯 비쳐진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정치를 외면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삼청교육대를 만든 것도 정치권력이다.

언제 어떤 권력이 터무니없는 짓을 할지 아무도 모른다.

삼성전자같은 최고부자 대기업군들에게 할인요금을, 가정용엔 누진제 폭탄요금을 부과하는 전기요금제도도 정치행위로 이루어진다.

자본주의국가에서 독재자들은 `민영화`라는 이름을 덧씌워 국가기업들을 사기업에 팔아넘긴다.

 

일례로 기름값을 보자.

대한석유공사 울산정유공장(유공)은 원래 국영기업이었다.

전두환 정권에서 SK로 넘어갔는데 그 이면에는 최태원 SK회장의 사돈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했다.

만일 유공이 민영화되지 않았다면 오늘날 고유가에 허덕이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른 정유공장들이 고유가정책을 펴려 해도 국영기업인 유공이 저유가정책을 쓰면 경쟁에서 뒤지는데 올려받을 수 있겠는가.

엄청난 모순의 세금정책, 이건희나 나나 같은 유류세를 내는 것도 정치행위로 이루어진다.

조세저항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직접세를 회피하고 간접세를 많이 걷는 결과 이건희와 내가 같은 세금으로 기름을 사는 것이다.

이것 또한 정치행위로 이루어진다.

 

이런데도 정치를 외면하고 투표를 안 한다?

 

***

 

선거는 최선의 후보를 뽑는 행위가 아니다.

최선의 후보가 존재할 수 없는 정치역학을 조금만 이해하면 그놈이 그놈이지만 그래도 그나마 나은놈을 뽑자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복잡다단한 요즘세상에 직접민주주의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스위스같은 작은 나라에선 하고 있지만...

대표를 뽑아 국회로 보내고 그들이 우리의 뜻을 수행하는데 어찌 우리마음에 딱 맞게 정치행위를 할 수 있겠는가.

 

수십 년 부부의 연을 맺고 사는 부부사이도 수틀리면 헤어지는데 하물며 정치가 어떻게 내맘대로 되겠는가 말이다.

최선의 후보보다 차선으로라도 나와 내 아이(후손)들에게 이롭게 하면 더없이 좋겠지만 최소한 해롭게 하지 않을 후보를 뽑아야 한다.

정치는 이렇듯 우리와 뗄래야 뗄 수 없을 정도로 가깝게 있다.

유권자에게 주어진 딸랑 하나의 권력을 포기할 때 화장실에서 웃을 사람은 정치인들 뿐이다.

 

특정지역에서 거의 몰표가 나오는 경우를 종종보는데 바보같은 짓이다. 잡은 물고기에 밥주는 걸 봤는가.

인물됨됨이는 차치하고 우리가 남이가 식의 투표를 하게 되면 유권자의 이익은 간데없고 공천권자의 입맛에 맞는 행위만 할  뿐이다.

요즘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국회의원들에게 직접 묻고 답하기가 가능해졌다.

나도 지역현안이나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싶은 사안이 발생하면 당사자에게 직접 묻고 답을 받아낸다.

 

국민 개개인이 정치는 나를 이롭게 할 수도 있고 해롭게 할 수도 있다는 의식이 뚜렷해야 정치가 발전한다.

누구를 지지하든 상관없다.

투표하자.

제발 투표권을 포기하지말자!

 

(아침먹으라는 분부가...대충 싹뚝하고 밥먹으러 갑니다^^;;)

 

펌: 투표가 의무인 벨기에에서는 투표불참자에 대한 벌금은 물론이고 15년 동안 4회이상 불참하면 투표권이 10년간 박탈됩니다. 최근 30년간 최저투표율조차 90.6%(1999년)에 이릅니다. 벨기에 국민들 다수가 의무투표제를 찬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