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想

지리산 댐, 그 득과 실의 계산법

진이아빠 2010. 2. 14. 18:30

 

 이 아름다운 계곡도 수몰예정지구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사리손 아이들도 지리산댐 반대데모에 동참했고요.

 

지리산댐이 주민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줄 알았더니 그게 아닌가 봅니다. 최근 기사를 보니 남강댐인 진양호의 물을 부산으로 공급하려다 사천 등지의 주민들 반대에 막히자 지리산댐을 막아서 해결하려 한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하기 위해서 진양호의 댐높이를 더 높여야 한다는데 남강과 바다가 만나는 사천지역에 생태적인 영향을 끼치나 봅니다. 하류로 흘러들어가야 할 물이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니 하류로 들어가는 유량이 줄어들어 갈수기에 발생하는 것과 비슷한 문제가 생기나 봅니다.

 

10여 년전 지리산댐을 막으려다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혀 포기했던 수자원공사가 함양군수의 요청으로-형식을 취한 건지도 모르는- 지리산댐 건설을 다시 추진한다고 하는군요. 함양군수의 공약사항이기도 했다는데 그 댐 건설을 두고 주민들간에도 이해관계가 복잡한가 봅니다. 지난번 어떤 현지주민의 부탁으로 부동산을 팔아주기 위해 이야기를 나눈적이 있는데 그분 말씀은 댐이 건설되고 수몰지역이 되면 보상을 많이 받을 것 아니냐는 겁니다.

 

개개인의 생각을 옳다 그르다고 폄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대의명분은 분명한데 개인의 이익을 위해서는 애써 외면한다는 것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자연을 지켜야 한다는 것, 댐이 들어서면 자연은 파괴된다는 것에는 동의를 하면서도 지금까지 시골에서 고생하며 살았는데 이제 보상받아서 노후를 즐겁게 살고싶다고 하십니다. 다리에 힘있을 때 여행도 마음껏 다니고 싶다는 말씀을 곁들여서요.

 

처음 계획은 함양군 마천면 부근에 댐이 들어서고 상류로는 실상사 앞 해탈교까지 수몰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국보급 문화재가 많은 실상사가 수몰된다는 소식에 범불교계는 물론 환경단체등의 강력한 저항에 부딪히자 예정지를 슬슬 바꿔서 지금은 댐을 하류로 이동시키고 상류로는 함양과 산내의 경계지점까지 수몰되게 한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다시 말해 함양군의 경계내에서 댐과 수몰을 해결하면 된다는 식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그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해결책도 될 수 없다고 생각됩니다.

 

어떤 이의 말에 따르면 만일 그렇게 댐을 막으면 댐 상류인 행정구역상 전라북도 남원시 산내면이나 인월, 운봉읍 지역에 대응댐을 만들어 하류로 아예 물을 흘려보내지 말자는 말까지 나왔다고 합니다. 북한 금강산댐과 평화의 댐같은 대응시스템이라고나 할까요. 그랬을 경우 어떤 결과가 초래될지는 불문가지 아닐까 싶습니다.

지리산 댐은 아무런 명분도 실리도 없다고 봅니다.

 

최근 기사와 주민들 말에 따르면 함양군과 수자원공사가 댐을 건설하여 부산지역으로 물장사를 해서 각각 연간 벌어들이는 소득이 불과 3~4억 원에 지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그 미미한 소득을 위해 천혜의 자연보고인 지리산을 훼손한다는 것은 소탐대실이 아니고 무엇일까요. 또한 부산지역은 엄연히 낙동강이라는 우리나라 최대의 수자원을 자랑하는 강을 끼고 있고 이 정부들어 죽었는지 살았는지 불분명한-적어도 내 상각엔 아주 잘 살아있는- 강을 살리겠다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데 말이죠.

 

함양군 마천쪽에는 이미 많은 분들이 댐이 생길 것에 대비해 투자(?)를 했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면소재지에는 가게를 여러개로 분리해서 가건물을 지어놓은 사람도 있다 하고, 불모지나 다름없는 땅을 헐값에 사서 여러가지 묘목들을 심어둔 사람도 적지않은 모양입니다. 서울 주변을 개발할 때 약삭빠르게 정보를 입수해서 무허가 건물을 짓고 각종 유실수들을 꽂아서 보상나오기만 기대하던 인간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행태가 산간오지인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일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어떤 개발행위 뒤에는 분명 이해득실이 확연히 갈리는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에서 오랜 기간 동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재개발이 그렇고 최근에 국민들의 가슴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던 용산참사도 유사한 맥락의 개발행위겠습니다. 자연은 말을 하지 못합니다. 어쩌면 지리산댐에 훼손되는 자연이 용산참사의 피해자일 수도 있고 철거지역의 세입자일 수도 있지만 묵묵히 인간의 행위를 거스르지 못하고 당하고 있지나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