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5월 18일 이곳으로 왔으니 햇수로 3년 째입니다.
작년 설을 이곳에서 쐤고 올해도 여기서 조용히 보내야 하네요.
추석도 마찬가지입니다.
부모님이 안 계시니 명절에 고향을 가더라도 편히 쉴 곳이 없고
형님댁이나 누님댁에 가도 되긴 합니다만 부모님만 하지는 않으니 편치 않지요.
이럴 때 고아아닌 고아가 서럽다는 느낌을 받나 봅니다^^;;
부모님이 계실 적에는 적어도 2박 3일 정도는 모든 형제들이 모여서 놀았는데.
어떤 설날에는 돼지를 한 마리 잡아서 마당에 드럼통 자른 화덕에 숯불을 피워 구워먹기도 했고요.
윷놀이나 풍물놀이를 한 명절도 있었습니다.
아버님께서 꽹과리를 잘 치셨고 셋째 형님은 장구, 어머님은 징을 잘 치셨습니다.
기타 북이나 소고는 가끔 저도 치곤 했으며 그런 명절은 부모형제의 우애를 돈독히 해주는 좋은 계기가 되었지요. 참 많이 그립네요.
2000년 3월 5일 아버님께서 주무시다 갑자기 돌아가시고
그로부터 딱 3년 후 3월 11일 어머님도 아버님 뒤를 따라 홀연히 가셨습니다.
우리 8남매는 꺼이꺼이 울면서 고아가 되었음을 슬퍼했죠.
저는 부모님 산소에 자주 다니면서 잡초를 뽑고 최대한 성스러운 산소를 만들고자 노력했습니다.
축대도 그 후에 쌓았고 아카시를 비롯한 잡목들도 하나 남김없이 제거했습니다.
간혹 산소주변에 나물뜯으러 오시는 분들이 산소가 명당이라는 말을 들을 땐 기분이 좋았습니다.
아버님께서 살아계실 때 직접 고르신 선산인데
여러군데 산들을 지관을 대동하여 둘러보시고 결정하신 산이 2500평, 지금 그 자립니다.
저를 비롯한 형님들은 이미 오래 전에 장기를 비롯한 시신을 기증하였으니 그곳에 묻히지는 않겠지요.
저희 딸아이를 포함한 조카세대가 과연 부모님 산소를 잘 지킬 것인지 확신이 없습니다.
갈수록 바쁜 삶을 살아가야 하고 명절 연휴가 되면 여행가는 게 더 좋은 세대들이니 기대난망이겠죠.
명절이 와도 아무런 감흥이 없는 걸 보면 이미 저는 지는 해가 된 모양입니다.
쓸쓸한 오늘 밤
그냥 홀로 곡차나 한잔 하고 보내야겠습니다.
섣달 그믐날 잠자면 눈썹이 쉰다고 했으니 자정을 넘길 때까지 마셔야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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