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천 제방을 따라 실상사로 향합니다.
강건너 우리집이 보이고 그 뒤로는 하얀눈이 사뿐이 내려앉은 나지막한 소나무숲이 보입니다.
반대쪽으로 뒤돌아보니 햇볕을 받은 설산이 아름답습니다.
희뿌연 곳은 눈발이 날리는가 봅니다.
지난 태풍때 그랬을까요, 고목이 뿌리째 뽑혀 비닐하우스를 덮쳤군요.
농심이 멍들었겠습니다.
실상사 경내를 통과합니다.
언제 보아도 쌍탑은 아름답고 경이롭습니다.
약수암 가는 길로 접어듭니다.
발자국 몇 개가 찍혀있는 걸로 보아 누군가 먼저 지나간게 틀림없습니다.
오르막이 제법 가파릅니다.
소나무 가지들이 무거운 눈을 힘겹게 이고 있습니다.
산이 있으면 오르는 이들도 당연히 있습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 등산객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제법 다녀가나 봅니다.
바람 한 점 없는 날씨라 그런지 앙상한 나뭇가지에 다소곳이 붙어있는 눈이 예쁩니다.
스티로폼으로 만든 소품같습니다.
아기소나무는 힘겨워 보입니다.
`좌우로 나란히`하듯 양팔을 잔뜩 벌렸습니다.
우거진 숲길을 가다가 갑자기 조망이 좋다 했더니 산사태지역이군요.
2003년 사방사업을 했다는 입간판을 보니 2002년 루사나 2003년 매미의 여파였던가 봅니다.
외길에서 인적을 봅니다.
모자와 마스크를 해 확실치는 않지만 약수암 스님이 아닐까 짐작했습니다.
약수암 입구에 도착하니 이정표가 있습니다.
다음 기회엔 저곳으로도 가봐야지 생각했습니다.
대나무로 엮어 만든 사립문이 참 정겹습니다.
활짝 열린 사립문을 보니 "서있는 사람은 오시오~♬" 유행가 가사가 생각났습니다.
모든게 질서정연하게 잘 정돈되어 있습니다.
인적은 없습니다.
실상사에도 보광전이 있는데 여기도 보광전이 있군요.
단청이 바랜걸로 보아 유구한 역사를 지닌 건물인 듯합니다.
도착한 시간이 3시 30분쯤, 하루 두 끼만 먹으니 배가 고팠습니다.
명색이 약수암인데 약수 한 모금 안 마실 수 없지요. 물맛이 참 좋았습니다.
보광전 내부를 슬그머니 들여다 봤습니다.
탱화가 보물이라 적혀있어서요.
보광전 내부에 모셔진 부처님들입니다.
정갈하고 단아합니다.
보광전쪽에서 내려다 본 모습입니다.
좌측엔 약수암, 우측엔 해우소 그리고 멀리 마천인지 속세가 엿보입니다.
해우솝니다.
대부분의 사찰 해우소는 친환경적이죠.
보광전 뒷쪽 건물은 뭔지 모르겠습니다.
그곳에서 경내를 내려다보니 한 폭의 그림같습니다.
해우소 우측으로 좁다란 오솔길이 보입니다.
후일 저 길로도 한번 가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아마 지리산 서북능선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노송老松은 죽지 않습니다, 다만 이웃에게 기댈 뿐입니다.
세찬 풍파에 쓰러져 일부 가지는 말랐으나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티고 있었습니다.
새치기하지 말라는 문구가 씌어있습니다.
리본들이 매달려 있는 걸로 봐서 누군가가 사잇길을 걸어간 게 분명해 보입니다.
멍멍이 발자국입니다.
눈이 오면 개들이 좋아서 뛰어다닌답니다.
일설에는 맨발의 멍멍이가 발이 시려서 뛰어다닌다고도 합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입니다.
쉬엄쉬엄 2시간 40분간 산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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