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벌침맞았더니 가려워 미쳐요

진이아빠 2010. 4. 25. 19:47

 

좌측 어깨 등부분입니다.

여기는 좌측 허리고요.

 

어깨는 작년에 예초기로 녹비용 호밀을 베면서 너무 무리를 해서 몇 달동안 못썼어요.

누워도 아프고 아침에 일어날 때도 아프고, 비오는 날이면 틀림없이 아파 기상청보다 낫다고 했어요.

한때 유행했던 "얘야~ 빨래걷어라" 하는 광고랑 똑같아요.

 

농장 총면적이라야 꼴랑 800여 평인데 그걸 하루에 다 벤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예초기를 돌려요.

재작년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기에 매년 그렇게 하려고 생각했거든요.

김밥도 준비하고 소풍가는 기분으로 가서 하루만 고생하면 개운하게 다 깎았는데 작년엔 그만 ㅜ.ㅜ

 

허리는 2000년 4월 5일, 청명한식을 기해 할아버지 할머니 산소에 땅찔레를 뽑았는데.

그해 3월 5일 아버지를 여의고 큰 슬픔에 젖어 있을 때라 굵고 깊게 뿌리박은 나무들에게 화풀이를 했습니다.

형님들과 형수님들 같이 갔어요. 저는 집사람과 한 조가 되어 하나 둘 영차하는데,아뿔싸 허리가 허리가...뚝!

 

순간적으로 집사람이 힘을 적게 썼는지 나무뿌리는 안뽑히고 허리만 부러졌어요^^

형님 두분의 부축을 받고 산에서 겨우 내려와 유명 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았는데 안 나아요.

순간의 선택이 십년을 좌우한다고 정형외과로 갔어야 하는데 이성보다 감성이 앞섰던 것 같아요.

 

나중에 알고보니 참 미련한 짓이었더군요.

나무를 자르고 그루터기에 건사미인가 하는 제초제를 발라놓으면 뿌리까지 한방에 죽는 것을, 쩝.

디지털세대인 아우들은 아날로그세대인 형님들이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 하니까 두뇌보단 몸으로 했지요.

 

그 후 1년에 한 두번은 꼭 허리가 많이 아파 고생을 하는데 어떤 해에는 며칠씩 일어나기도 어려울 정도로 많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차츰 나아져서 그나마 힘든 일만 하지 않으면 견딜만 한데, 올핸 또 아픈 것 같아서 벌침을 놓기로 했습니다.

 

어제 농장옆 돌복숭아 나무와 조팝나무에 앉은 벌을 잡아와 허리에 놨어요.네 마리를 잡았는데 세 마리는 집에오니 비실비실해져서 실패했고 한 마리만 성공했네요. 어깨에는 며칠 전 우리집에 무단침입한 벌을 잡아 놨고요. 지금은 사진과 같이 지름 5cm이상 벌겋게 퉁퉁 부어있어요. 엄청 가렵고요.

 

전에 왼쪽 무릎이 자꾸만 아파서 벌침을 놓은 적이 있거든요.(옛날 동네축구 선수생활을 하면서 다쳤어요) 

그때는 대여섯군데를 빙 돌아가면서 한번에 놨는데 약 보름 정도 가려워서 죽는줄 알았어요^^;;

그런데 통증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지금까지 무릎은 말썽을 부리지 않거든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개개인에 따라 다를 수 있으니 벌독에 알레르기가 있는 분은 조심해야 할 거에요. 며칠간격으로 몇 차례 더 맞을 계획인데 벌을 잡기가 어려워서 고민중이랍니다.

어제는 실장갑 두 겹으로 끼고 손으로 그냥 잡았습니다^^

 

자세히 보니 아래사진에는 벌침자국 우측에 흉터가 보이네요.

이 흉터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기차가 다니는 철교에서 콘크리트 둑에 떨어져서 다쳤던 흔적입니다.

사연이 참 우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바보같기도 합니다만...

 

여름방학이 한창일 때 동네어귀에 있는 수로에 멱감으러 갔습니다. 그 당시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 홀라당 벗고 멱을 감곤 했는데 동네 형들이 철교아래에 매달려 건너갔다 건너왔다 합니다.

옆에서 재밌겠다 싶어 구경하고 있는데 동네형이 너도 한번 해봐라고 펌프질을 합니다.

 

나름 운동신경도 발달돼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하마 하고 매달렸지요. 철봉 매달리듯이 철교아래 철판을 양손으로 잡고 건너갔다 건너와야 하는데, 갈때는 잘 갔는데 올 수가 없는 겁니다. 돌아서 오든가 뒤로 와야 하는데 덜컥 겁이납니다. 뒤로 슬금슬금 되돌아오는데 아불싸 손을 놓쳤습니다.

 

약 5m 정도 되는 높이에서 발가벗은채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지면서 허리부터 닿고 머리가 닿았습니다. 허리에는 엄청난 찰과상을 입고 머리는 약 4cm 정도 `빵꾸`가 났습니다^^;; 나에게 부추겼던 선배가 손으로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막고 우리집으로 데려갔습니다.

 

그 선배의 말이 지금 생각해도 우습습니다.

"00 아버지요~ 00 대가빠리 빵꾸났심더~!"

경상도 사투리는 머리를 `대가빠리`라고 합니다.(호남쪽은 대그빡이라 하나요?)

 

암튼 실컷 혼나고 머리에는 된장발라 런닝셔츠 찢어 붕대대신 두르고, 허리에는 아까징끼(붉은색 요드틴크류)를 발랐답니다. 그 영광의 상처가 아직도 흔적으로 저렇게 남아있네요.

흉터가 뒤에 있어 저는 볼 수 없었는데 사진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나서 피식 웃어봅니다.

 

앗, 저녁식사하랍니다.

잠시 후에 교정을 쬐끔 보든지, 아니면 오탈자있어도 이해해 주세요.

마음이 바쁜데다 독수리라 엉성하게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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