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

아주 특별했던 민박손님

진이아빠 2016. 8. 16. 07:40

 

 

 

올해 여름더위는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상상을 초월하는 불볕이었습니다.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입추가 지나서인지 아침ㆍ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해졌습니다.

 

지난 7월 마지막날, 아주 특별한 손님께서 저희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역대 손님 중 최고령, 아흔 잡수신 할머니와 예순 다섯 따님 그리고 예순 아홉 사위였습니다.

 

최 성수기 휴가철을 맞아 저희집도 예약과 취소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희한하게 방 한 칸이 비는 순간 이분들이 오셨습니다. 다른 곳에서 며칠 보내실 계획이었는데 차가 고장나는 바람에.

 

연세에 비해 너무나 정정하신 할머니와 나이에 비해 지나치리만큼 동안이신 따님 부부 그리고 우리 부부는 첫날 저녁을 치맥파티로 시작했습니다. 사위분의 제의로.

 

이튿날부터 달궁계곡으로 칠선계곡으로 성삼재, 정령치, 허브밸리, 장날에 맞춰 인월 재래시장구경과 농산물 구입까지... 일부 일정은 저희도 함께 했습니다.

 

고령이심에도 흐트러짐없는 자세와 정갈한 옷매무새, 단 한번도 존대어를 빼먹지 않는 빈틈없는 할머니와 보름간 지내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나이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며 연륜은 무시할 수 없는 자산이구나...

 

어제 길고 긴 휴가를 마치고 귀경하셨습니다. 따님께서 무사히 잘 도착하셨다고 아내에게 카톡으로 연략을 주셨답니다. 우리는 앞으로도 안부를 여쭙기로 했고 머잖은 미래에 다시 만나기로 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건강관리 잘 하셔서 내년 바래봉 철쭉제가 열리면 다시 오시기로 했습니다. 워낙 건강하셔서 충분하고도 남음이 있을 겁니다.

 

"90평생 계곡은 처음이에요. 평생 처음 먹어봐요"

 

할머니의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습니다.

 

할머니, 건강하시고 또 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