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봄날씨같은 겨울

진이아빠 2015. 12. 12. 19:01

 

 

 

 

감나무에 매달린 감은 홍시를 넘어 건조단계에 접어든 듯합니다. 예전 '까치밥'이 아니라 노령화된 농촌, 돈 안되는 감이라 수확을 포기한 것들입니다. 새들도 입이 고급화됐는지 감이 멀쩡합니다. 하늘은 새파랗고 감은 빨갛고, 아름답습니다.

 

실상사로 가는 길은 호젓합니다. 멀리 병풍같이 펼쳐진 지리산은 운해를 허리에 휘감고 자태를 뽐냅니다. 길 옆 람천은 잦은 비로 수량이 늘어 우렁찬 소리를 내며 콸콸흐릅니다. 수확을 끝낸 밭에는 가끔 배추들이 한 두 포기 우뚝 서 있습니다.

 

실상사 뒤켠 새로심은 사과밭에는 바오밥나무같은 벌통들이 질서정연하게 서있습니다. 몇 년 전 전염병으로 전멸하다시피한 토종벌들이 되살아나고 있는지... 반가운 모습입니다. 이 지역에서 토종벌을 키웠던 분들께는 큰 소득을 안겨준 주요 수입원이었답니다.

 

겨울철새 까마귀떼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네요. 10여 분동안 서서 녀석들의 먹이활동을 지켜봤는데, 얘들을 왜 익조라 하는지 알겠더군요. 논바닥이나 논둑에서 쉼없이 벌레로 보이는 것들을 캐내 먹었습니다. 월동하는 해충이겠죠?

 

겨울같지 않은 날씨가 걱정스럽지만 산책하기엔 최고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