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산책

진이아빠 2013. 1. 20. 17:37

 

 잔설이 남아있는 오솔길

사륜구동 오토바이가 지나갔을까, 바퀴자국이 선명하다.

눈길을 즐기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빙판은 미끄러웠다.

 잎이 무성할 때는 잘 몰랐는데

손바닥만한 저 계단식 논 또는 밭에서 농사를 지어 먹었을 것이다.

제대로 된 길이 있었겠나 농기계가 있었겠나.

어릴적 지게지고 나무하러 다녀봤는데, 어깨에 멍자국이 선명했었다.

 세월히 흘러 묵혀진 땅에는 나무들이 자라 식생회복 중이다.

고된 농사꾼들의 지난세월이 묻어난다.

우리의 아버지 아버지의 아버지들이 이런곳에서 힘들게 일해 우리를 먹이고 공부시켰겠지.

짠하다.

 이런 평지는 비교적 괜찮았으나 경사진 곳의 눈은 제법 미끄러웠다.

두 쌍의 중년들은 구두에 부츠를 신고 걷고 있었는데...

나무를 잡고 슬금슬금 기다시피 걷더라.

아저씨들은 50대 쯤, 여자들은 상대적으로 젊다 했더니 쏼라쏼라@%#&

 소나무들이 쭉쭉 뻗은 길에서는 솔향도 느낄 수 있다.

진토닉이나 드라이진 한 잔이 생각났다.

읭?

나 초뺑이야?

 인적이 끊긴 듯한 간이음식점

두 개의 플라스틱 의자가 정겹게 느껴진다.

겨울이 아니면 벤치에도 평상에도 제법 많은 분들이 흐르는 땀을 식히고 갈 텐데.

식혜라도 한 잔 하면서 말이다.

 아직도 산속에서 담배피우는 사람이 있다는데 놀랐다.

산불이 날 때마다 담뱃불을 의심하길래 설마 누가 산속에서 담배를 했었는데.

십수 년전까지 담배를 피웠던 나는 저렇지 않았나 잠시 반성했다.

끊는자가 독한가 안끊는자가 독한가는 아직도 논쟁중이다.

 "청초 우거진 골에 자는다 누웠는다
홍안은 어디 두고 백골만 묻혔는다
잔 잡아 권할 이 없으니 그를 설워하노라"

황진이묘는 아니지만 하얀 눈을 이고 있는 초라해보이는 산소를 보니 술 한 잔 권하고 싶더라.

 이 나무는 땔감일 듯.

소나무는 화력이 좋아 땔감으로 제격이고 최고대우를 받았지.

마른 갈비(소나무 잎사귀 마른 것을 경상도에서는 갈비라 부른다)에 불 붙이고 잔가지 얹어 활활타기 시작하면 굵은 장작을 넣는데

나이테나 옹이에서 송진이 나와 엄청난 화력을 낸다.

 오~

나이테를 보니 족히 30년생은 돼 보인다.

요즘은 전동톱으로 자르니 큰 힘이 안들겠지만 재래식 톱으로 자르려면 반쯤 죽는다.

송진에 톱이 끼어 저 정도 나무 하나 자르고나면 초죽음 될 듯.

 언제봐도 아름답다.

이런 풍경을 매일 보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어딘가.

평화로운 마을과 저녁무렵 피어오르는 굴뚝 연기, 한 폭의 그림이다.

누구네 밥태우나, 지나치는데 고소한 냄새가 폴폴 난다.

화살나무도 전정을 하나 보다.

이게 약재로 쓰인다는 걸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잘려나간 가지들이 버려져 있었다.

공해에 찌든 도시근교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나무다.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