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버팔로와 한라산소주
육지에서 맛본 한라산 소주
요렇게 여섯 병이 소포장돼 있더라는
1978년에 마셨던 한일소주의 후신이 맞나 몰러
빛바랜 사진, TBC에서 아이스콘 광고를 찍고 있다
아직은 쌀쌀한 오월의 중문해수욕장, 우리는 종일 엑스트라로 광고촬영 들러리를 섰다
목에 건 쌍안경과 손에 든 카세트녹음기가 촌스럽기 짝이 없다.뒤로 일출봉이 보인다
오월의 눈을 밟고...한라산 정상이 바로뒤에 보인다
지난 토요일
거제 버팔로가 소속돼있는 `거제MTB` 동호회원 10명이 우리집을 다녀갔다.
거제에서 출발할 때 비가 많이 내려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출발해 11시 30분 경 도착했다.
예정은 거제에서 자전거를 타고올 계획이었던 것 같은데 날씨가 받쳐주지 않았다.
버팔로는 결혼식 하객으로 참석했다 나중에 오기로 했기에 다른분들만 도착했다.
여기는 오전내내 가랑비만 조금씩 날렸고 그분들이 왔을 때도 비는 거의 내리지 않았다.
그냥 노느니 자전거 한 바퀴 타러간다고 나섰는데 웬 걸.
출발한지 40여 분 지났을까,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버팔로외엔 연락처를 알지 못하니 근황을 물어볼 수도 없고...
아내와 난 걱정만 하고 있는데 오후 3시 좀 넘었나? 버팔로가 왔다.
일행들께 전화하니 인월나가서 점심먹고 비를 피해 당구장에 있다고 했다.
비는 그칠 기미가 안 보이고...할 수없이 화물차를 수배해 태워오기로 했다.
자전거를 내려놓고 곧바로 식당으로 보냈다.
두어시간이 지났을까?
버팔로가 왔고 우리 둘은 곡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산다래 등 담은술 다섯 병에 한라산에 웅담타서 한 병, 도합 여섯 병을 마셨나 보다.
***
한라산 소주를 보니
1978년 처음 제주에 갔을 때가 생각나서 옛사진을 찾아봤다.
당시에는 한일(?)소주였던 것같은 기억이 아련하고
맛은 뭍에서 먹던 술보다 조금 더 달작지근하다는 느낌이었다.
중문해수욕장에 텐트를 치고 하루를 묵었다.
아직 성수기가 아닌지라 텅빈 해수욕장에 우리뿐이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밤손님이 찾아들었다.
해안경비를 서는 군인이라고 했는데
아마 현지인(방위병)들이 아니었나 싶다.
그들과 파란색 유리병에 든 네홉들이 소주를 몇 병이나 비웠는지...
나중에는 그분들이 가더니 아예 댓병을 들고 왔더라능^^;;
개발되지 않은 중문해수욕장의 모래는 조개껍질이 부서져 만들어진 보석같은 것들이었다.
흰깨와 검은깨를 섞어놓은 모양이라고 할까...
우연히 만난 광고촬영팀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어
아직도 추운 오월의 바닷물에 아침 9시부터 저녁 5시까지 들락거렸던 기억이 생생하다.
바위언덕위 감독의 메가폰소리에 맞춰 모래언덕위로 올랐다가 뛰어내려오면서 뒹굴기도 하고
허리쯤 차는 물속에서 남녀 두 모델을 향해 물장구를 치는 액션 등...
여자 탤런트는 박영귀(?)로 기억하는데
남자이름은 전혀 기억이 없다.
그날 하루종일 고생하며 촬영했던 광고는 결국 불방이었다.
아마도 광고주의 오케이 싸인을 못 받은 듯^^;;
그 후로도 제주도는 몇 번 더 갔다.
한라산도 몇 번 더 오르고...
버팔로 덕분에 잠시 옛 추억속으로 여행을 떠났네.
땡큐~ 버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