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이와 걸은 지리산둘레길
길을 걷다보면 산딸기가 지천입니다.
계속 꽃이 피고 딸기가 맺히고 익어가기 때문에 나그네들은 당분간 쉬이 맛볼 수 있죠.
딸아이도 맛깔스런 산딸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털썩^^
감탄사를 연발하며 산딸기맛에 흠뻑 빠집니다.
삼림이 빽빽한 구간에는 우거진 나뭇잎이 햇볕을 가려줍니다.
우리가 갔던 날은 9일이었는데 무척 더웠습니다.
며칠 전 내렸던 장맛비로 계곡에는 시원한 물줄기가 우리를 반길거라 기대하고 갔는데...
의외로 이미 마른 건천으로 변해있어 땀을 씻지 못했습니다.
걷는 내내 힘들다며 투덜대더니 카메라를 들이대니 표정이 바뀝니다.
간간이 불어오는 산바람이 상쾌했습니다.
호두알이 제법 굵어졌더군요.
귀농 첫해엔 호두나무 두 그루가 있는 밭을 계약하고 수확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는데...
***
딸아이와 지리산둘레길을 가자고 약속한 날 거제친구의 전화를 받고
딸아이와 둘레길을 가려고 한댔더니
"야~ 신선둘레길은 가능하면 가지마래이~~" 한다.
지난번 갔을 때 둘레길이 아니라 등산로라고 입을 모았던 기억이 났으리라.
원천마을에서 출발하면 바래봉까지 거의 오르막이니
일단 시작하면 우회로도 마땅찮은 신선둘레길을 딸아이와 걷는 것은 무리라 생각하고
걱정스런 마음에 만류를 한 것으로 금방 이해했다.
딸아이는 그때까지도 신선둘레길을 가자고 만용을 부리는 상황이었다.
굳이 가자면 가겠다고 했더니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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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동에서 출발해 등구재입구에 다다랐을 때
더위에 지치고 운동부족에 지친 딸아이는 그만 걷고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시원한 물이라도 한 잔 마시고 가자고 들른 등구령쉼터.
중년의 남녀들이 각각 오셔서 길동무로 합류해 쉬고 계셨다.
싹싹한 주인아주머니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주안상을 내오셨다.
호박부침개에 시원한 산삼막걸리와 쌀막걸리.
가슴속까지 찌릿함을 느끼며 몇 모금 들이켰더니 더위는 저만치 물러갔다.
하지만 낮술이라 그런지 취기가 올랐다^^;;
등구령쉼터에 도착하자마자 마셨던 구절초식혜와 오미자음료는
지리산둘레길을 걷는 분들이 더위를 식히기에 딱이다 싶었다.
아주머니댁에서 직접 채취해 담으셨다고 했다.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낯선분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귀가했다.
- 딸아이는 오늘 상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