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늙은 나의 애마
1997년 10월 14일생인가?
햇수로 15년 째 내가 타는 차.
당시 2500여만 원 정도 준 걸로 기억하는데.
참 오래도 탔네.
이 차를 타기 바로 전 차도 갤로퍼였는데 사고로 프레임이 뒤틀렸던지 핸들 떨림현상 때문에 이 차로 바꿨다. 아이가 초등학교 다닐 때 등교시키러 가다가 신호위반 차량에 왼쪽 앞바퀴부분을 받히는 바람에...
사고낸 운전자는 운전면허시험장의 장長(현직경찰관)이었는데 사고를 내고도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었다ㅡ.ㅡ 아이는 머리를 유리창에 부딪혀 혹이 났고 난 목이 아팠다. 목덜미 움켜쥐고 병원에 드러누웠으면 어떻게 됐을까... 주변에서 교통정리하던 전경들 6명으로부터 목격자 진술서도 받았지만 참았다.
아무튼 그 사고로 현대자동차 A/S센터에 차를 넣었더니 120여만 원 견적이 나왔다. 상대 보험으로 수리를 받았지만 옆부분을 직각으로 받혀서 그런지 핸들떨림현상이 깔끔하게 잡히지 않았다. 하는 수없이 차를 바꾼 게 이 차다. 갤로퍼를 타게 된 이유가 몇 가지 있었는데...
첫째 이유가 나의 난폭한 운전습관이다.
쏘나타를 탈 때 개인사업을 했는데, 서울요금소에서 울산요금소까지 딱 세 시간만에 주파했었다. 당시엔 카메라가 없었고 교통량도 많지 않을 때, 간혹 순찰차가 과속 단속을 했는데 단속당했을 때 경찰관에게 5천 원을 집어주면(노골적으로 요구했다) 통과다;; 만 원짜리밖에 없을 땐 잔돈을 거슬러주기도 했는데,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무역센터에 행사가 있어 급히 중부고속도로를 180~200km로 달리는데 순찰차에 단속당했다. 상황을 설명하고 너무 바빠서 스티커 받을 시간조차 없다고 하니 손가락으로 동그라미를 그리며 므흣한 웃음을 띠었다.
만 원짜리를 내밀었더니 그냥 주머니에 넣는 것 아닌가. 웃으며 왜 잔돈을 거슬러주지않냐 하니까 바지 양쪽 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지폐뭉치를 꺼내 5천 원권을 찾아보더니 없다면서 조금 더 가면 박순경이 잡을 거다. 앞서 만 원내고 잔돈 안 받았으니 그냥 보내달라고 하라는 거였다. 서로 마주보며 키득거리고 헤어졌는데 진짜 조금 더 가니까 또 잡았다. 앞서 잡은 순경말을 그대로 전하니 웃으며 손짓, 통과였다. 푸핫!
내 스스로 과속을 인정하고 목숨이 위태로운 걸 알았기에 보험도 크게 들었다. 직원 봉급 150만 원 줄 땐데 월 234만 원짜리 보험을 들었다. 이때 보험아줌마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한번 언급하기로 하고... 아무튼 엄청나게 달려 다녀야 했던 이유와 난폭운전습관 때문에 아찔한 상황을 몇 차례 경험하면서 차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그래서 선택한 차가 갤로퍼였다. 죽자살자 밟아도 140km밖에 안 나가는데다 강력한 프레임 덕분에 웬만한 사고쯤은 괜찮을 것 같았다.
두 번째 이유는 싼 유지비였다.
당시 경유가가 리터당 5~6백 원 선? 세금은 연 8만 원 쯤? (정확한 기억은 아닌데 그 정도)
하지만 기름값과 세금은 얼마 후 엄청나게 올라 싼 유지비의 매력은 없어졌다. 경유가가 휘발유와 큰 차이가 없어졌고 세금은 배기량 기준으로 바뀌는 바람에 유지비폭탄을 맞은 셈이다. 차값이 다소 비싼편이었으나 싼 유지비를 상쇄하면 매리트가 있다고 생각해서 구입했는데 후회했다.
지금까지 무사고라 특별한 하자없이 잘 타고있는데 플라스틱으로 된 부품들의 도색이 조금씩 벗겨지는 아쉬움이 있다. 며칠 전 카니발로 바꿀까 생각했는데 그냥 타기로 했다. 민박손님들을 간혹 픽업할 때 승차인원이 아쉬울 때가 있었는데 워낙 드문 일이라 무시하기로...오랜 세월 타면서 정도 들었고.
구석구석 꼼꼼하게 관리해서 특별히 문제되는 부분도 없을 뿐 아니라 소모품교환이나 닦고 조이고 기름치자를 철저히 해서 성능만큼은 손색이 없기 때문에 애착이 간다.
또한 주행거리가 고작(?) 15만여 km밖에 안 되니 앞으로 20년은 더 탈 수 있을 듯ㅋㅋ
-이 차 이전의 모든 차는 4년 이상 탄 적이 없었다. ㅎ자동차에 근무하는 후배녀석이 `형, 중고차값을 제일 괜찮게 받을 수 있는 차령이 3년 반입니다` 얼른 바꾸라는 녀석의 농간에 3~4년마다 차를 바꿨었다;;-
혹시 마음이 바뀌어 차를 바꾸게 되면 경차로 바꿔볼까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