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

뽈사모회원이 다녀가다

진이아빠 2011. 8. 21. 18:21

 

 <낚시동호회원 가족>

<둘레길을 걷고 그냥 가기 아쉬워 집앞 강에서 잠시 물놀이>

 

어제 아침부터 온종일 비가 내렸다.

아침 일찍 문자와 전화를 해도 받지 않는다.

전날 밤 제사를 지내고 늦잠을 자서 문자도 전화도 못받았다고 했다.

 

비가 와서 지리산둘레길 걷기도 어렵겠고 물놀이도 낚시도 모두 불가능할 것 같으니 다음으로 미루면 어떻겠냐고 문자를 보냈는데 9시무렵 문자가 왔다. 무조건 오겠다고. 약 한 달쯤 전에 두 가족이 놀러오겠다고 했고 갑자기 한 가족은 일이 생겨 빠지고 이들만 왔다.

 

오후 1시쯤 도착해서 오랜만에 만난지라 다른 회원들의 안부도 묻고 담소를 나누다가 백숙을 안주로 곡차를 시작했다. 닭죽으로 저녁식사를 겸하고 피라미튀김으로 또 곡차를... 오늘 아침 9시 우리집을 떠나 매동에서 금계로 출발했는데 오후 3시 넘어 우리집에 도착했다.

 

다행히 오늘 날씨가 걷기에는 정말 좋았다. 기온도 20도 초반이고 습도는 60%에  옅은 구름도 다소 낀 날씨였으니 최적이었을 것 같다. 다만 열 살짜리 작은 아들과 부인은 힘이 들었던지 등구재를 넘어서부터 금계에 도착할 때까지 투덜대더라고 했다. 아이는 `아빠 독재자야`랬대나?

 

2002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아버지를 여읜지 2년여가 지났지만 마음의 안정을 찾지 못하고 괴로워하고 있을 때 모 인터넷 낚시사이트를 알게 되었다. 그 사이트의 서버그룹에 이 회원들이 볼락낚시를 주제로 끈끈한 정을 나누고 있었다.

 

동호회의 모토가 `오는 사람 막지 않고 가는 사람 잡지 않는다`였으니 한 마디로 쿨한 모임이었다. 회칙도 회비도 없고 그저 만나면 낚시하고 경비가 발생하면 1/N로 부담하는 느슨한 모임이나 정만큼은 너무나 끈끈했다. 울산 인근 읍천방파제에서 여수 금오도까지 낚시를 겸한 여행을 다녔다.

 

회원들은 전국에 산재해 있었으며 부천, 안양, 용인같은 내륙지방에서 오는 분들도 계셨다. 나이도 불문이고 직업, 성별도 당연히 불문이었다. 대부분 곡차를 좋아했고 낚시로 잡은 고기는 즉석에서 안주로 사라졌다. 누가 욕심을 내서 집으로 가져가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렇게 몇 년을 살갑게 지내던 동호회에 사건이 터졌다. 사이트를 운영하던 `대장`이 회원들로 부터 푼돈을 빌려 갚지 않은 사건이 발생했던 것. 차일피일 약속하고 어기고를 반복했던 모양인데 빌려준 사람이 화를 못참고 폭발하는 바람에 회원들 모두가 서먹해져버렸다.

 

차츰 모임횟수도 줄어들고 흐지부지되더니 결국 마산권에 있는 분들의 번개형식 출조만 명맥을 이어갔다. 간혹 한번씩 정모를 해도 한번 흩어진 마음을 모두 모으는 일은 쉽지 않았다. 다행스러운 것은 회원 중 한 사람이 거제도 옆 조그만 섬에 집을 하나 지으면서 다시 옛 사람들이 모이는 중이다.

 

오늘 다녀간 이 가족은 마산에서 낚시점을 하다가 2년 전부터 자동차부품대리점을 한다. 시골에 와서 부품구하기가 어려울 때마다 전화하면 즉각 택배로 부쳐준다. 형제같이 형님형님 따르고 아우아우하며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