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

부산에서 다녀가신 자매

진이아빠 2011. 8. 12. 21:47

 

 

<사진 좌측이 언니 우측이 동생>

 

10일 무렵 일기예보는 지리산부근에 최고 200mm이상의 비가 내린다고 했다.

따라서 지리산둘레길이나 뱀사골로 휴가를 계획하셨던 분들이 일부 예약을 취소하셨고 오신 분들도 고속도로에 올때는 장대비가 쏟아져 앞도 잘 안보이던데 여기는 괜찮네요 하신다.

 

위의 두 자매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일기예보가 연일 지리산부근에 큰비가 내린다고 하니 비가 오고있는지, 이곳에 와도 괜찮겠는지 몇 번 전화를 주셨다. 통화할 때마다 여기는 구름만 끼었을 뿐 비는 오지 않았고 며칠 전 불어났던 개울물도 많이 줄었다.

 

9일밤 잠시 빗방울이 굵어져 문자를 했다. 일기예보가 맞아떨어지려나 싶어서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으니 환불용 계좌번호를 문자로 주십사` 했고 계좌번호를 받았다. 밤 11시가 넘어 이미 타행입금이 불가능하므로 다음날 아침에 환불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조금 있으니 거짓말처럼 비가 멎었다. 익일 아침 6시 예약문자를 보냈다. 어쩌면 괜찮을지 모르겠다고. 아침 6시가 되니 문자를 받고 즉각 전화를 주셨다. 밤새 비가 안 내려서 현재 상태라면 오셔도 되겠다고 말씀드렸다. 오후 2시까지 인월에 도착하면 걸을 수 있으니 새벽부터 고생하지 말고 천천히 오시라고 했다.

 

10일, 인월에서 걸어오시는데 강호동과 은지원이 입수했던 계곡이 걱정스러워 몇번 전화를 드렸다. 만일 물이 많아 건너기 힘들겠다 싶으면 위험하니 절대 건너지말고 중군마을로 되돌아 가시고 전화를 하면 마중가겠다고 신신당부를 했다. 다행히 물이 무릎아래 깊이라서 무사히 건넜다고 하셨다.

 

직장인인 언니가 동생을 데리고 오겠다며 예약을 하셨는데 통화를 하면서 목소리도 참 다소곳하고 어찌나 인사성과 예의가 바른지 처음 통화할 때부터 정감이 갔다. 빗방울이 오락가락하는데 우산을 쓰고 삼거리까지 마중을 나갔더니 첫 일성이 "번거롭게해서 죄송합니다"였다.

 

내가 이분들께 많은 신경을 쓴 것은 위의 내용때문이기도 하지만 언니의 간절함이 읽혔다고나 할까. 진짜 둘레길을 걷고싶은데 날씨가 받쳐주지 않아 원망스러워하는 마음? 방학이 끝나기 전 동생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주고싶은 간절함? 아무튼 그 무엇인가가 나를 감동하게 했던 것 같다.

 

금계에 도착해서도 무사히 잘 도착했다는 문자를 주셨다. 내가 처음 민박을 열 때 이런분들과 막걸리잔을 나누며 삶을 이야기하고싶어서 였다. 하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숱한 `진상`들이 스트레스를 피해 도시를 떠나온 내게 스트레스를 주었다.

 

이분들같은 손님들만 오셨으면 좋겠다. 서로의 인격을 존중할 줄 아는 이런 분들이 정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