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메아리따라 고향친구들이 다녀갔어요
지난 6월 25일 토요일, 장맛비에 태풍이 더해진 날 멀리 울산과 부산에서 친구들이 왔습니다.
부부동반 12명인데 아내 한 사람이 못와서 11명이 왔습니다.
장대비에 바람까지 세차게 부는데 빗속을 헤치고 세 대의 차량에 분승에서 오후 5시 경 도착했습니다.
셋 중 하나는 수다를 떨다가 88고속도로를 지나쳐 대전방향으로 한참을 가다가 되돌아왔다는군요.
이웃에 있는 식당으로 가서 흑돼지삼겹살을 굽고 소맥으로 간단히(?) 입가심을 합니다.
항상 입가심이 문제의 근원입니다. 몇 순배의 잔이 돌고 건배사도 여러번 거치자 서서히 목소리가 커지고 취기가 오릅니다. 노래방을 가느니 마느니 집에가서 술을 더 마시자느니 말자느니 의견이 분분합니다.
일단 노래방에 섭외를 하라고 해서 노래방 주인께 전화를 했습니다. 여차저차해서 어쩌면 갈지 모르겠다고.
지리산골에 산다고 했더니 주위에 집도 없고 가게나 식당 등의 편의시설이 전혀없는 외딴집에 사는 줄 알았다면서 이것저것 먹을 것을 많이도 사왔습니다. 산골에 살면 회를 먹지 못할거라면서 갯장어(하모)회를 비롯하여 제법 많은 양의 회를 사왔습니다. 그걸로 또 술판을 벌였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하나 둘 곡차과다증에 걸려 아내에게 잡혀 숙소로 내려가고 고등학교 교사인 친구와 단 둘이 새벽 두 시까지 남았더군요.
다음날 아침식사를 가볍게 하고 보내려고 했는데 또 술판이 벌어집니다. 아침부터 소주 각 1병씩...ㅠ
다슬기 된장국으로 속을 좀 달래려나 했더니 곧 이어진 술판에 또 취기가 오릅니다. 아내들이 닥달하지 않았으면 언제까지 술판이 이어질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결국 차를 가지고 온 친구들이 먼저 일어나서 시동걸어놨다고 채근하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습니다.
출발하는 그 시간까지 비는 장대같이 쏟아졌습니다. 집앞 강물도 석축의 절반까지 차올라 거세게 흘러갑니다. 간밤에 내린 비의 양이 만만찮았다는 증거겠지요.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그들을 배웅한 후 들어오는데 어지럽습니다. 전날 곡차와 아침에 마신 곡차가 악수를 나누는 순간입니다. 그 후로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종일 누워 있었습니다. 곡차꾼들이 늘 하는 말 "난 다시 술을 먹지 않을거야"
이 친구들은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였으니 1973년 부터 지금까지 만나는 친구들입니다. 서로 집을 오가며 부모들도 잘 알고 관혼상제도 거의 다 챙겼던 친구들이고요. 대학에 둘, 고등학교에 하나, 농협조합장 하나, 건설회사 부사장 하나, 외국계조선회사 감독 하나 그렇습니다. 결국 노래방은 가보지도 못하고 곡차만 취했던 1박2일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