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구재 통제해제소식
<등구재 푯말>
지난 겨울
전국적으로 휘몰아쳤던 가축대재앙 구제역.
이곳으로 진입하는 국도나 지방도에도
예외없이 구제역방역(소독)초소가 세워졌다.
유난히 춥고 눈도 많은 겨울이라
지리산둘레길을 찾는 분들이 적었다.
얼마 전
사단법인 숲길 홈페이지를 보다가 통제라는 단어가 눈에 띄었다.
사연인즉
구제역 예방조치의 일환으로 3구간 등구재에서 함양방면으로 통제한다는.
그렇다면
남원구간은 통제하지 않는데 함양구간만 통제하면 뭔 효과가 있을까?
궁금증이 발동하여
해당 지자체 담당자에게 전화를 했다.
몇 가지 질문을 했더니 전형적인 공무원식 답변이 돌아왔다.
상부지시라든가 어쩔 수 없지 않은가라는 식의 답변에 화가 났다.
오랜시간 통화를 하고
예측이 가능하게 해야 피해보는 분들이 마음의 준비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설득했다.
다음날
그 공무원은 친절하게도 지리산숲길 홈페이지에 공지를 남겼더라.
날이 따뜻해지면 구제역이 물러가니 조금만 참으라고.
유관부서와 논의했고 3월 말경이면 통제가 해제될 거라고.
우스운 것은
어떤 사람으로 부터 지역경제를 걱정하는 전화를 받아서 공지를 올린다고(그게 나였다^^;;)
공짓글이 올라오자 말자 난 그 공무원에게 전화를 했다.
일개 소시민 한 사람이 전화했을 뿐인데 글을 올려줘서 고맙다는 인삿말을 하려고.
하필 그 공무원은 그날 통화가 길어져
전화기를 든채 기다리다기다리다 직접 통화하지 못했다.
오늘 문득 생각나서 인사차 전화를 했다.
밝은 목소리로 여러가지 대화를 나누는데 오늘부로 해제가 됐단다.
나는 주로 덕담을 많이 했고
그는 주로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다.
맨 처음 전화했을 때 까칠하게 굴었다가
통화 막바지에는 둘레길 주변에서 한푼 벌려고 큰돈들여 장사를 벌린 노인네들을 헤아려달라고 했었다.
오늘 그는 지역경제를 걱정해줘서 고맙다고 했고
나는 속으로 처음 까칠하게 했던 말들이 미안했다.
내가 누구라고 이름도 밝히지 않았었고
그가 누구냐고 물었을 때 솔직히 대답하고싶지 않았다.
대한민국 공직자들이 고만고만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화시간이 길어질수록 생각이 바뀌었다.
지난번 통화 마지막에 한번 들를테니 차나 한잔 주세요.
오늘은 그 반대로 꼭 한번 오셔서 좋은 대화 나누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한번 만나보고싶은 분이다.
나중에 함양갈 일이 있으면 군청을 방문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