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또 다시 일상으로

진이아빠 2011. 3. 1. 05:02

지난 겨울은 참 길었습니다.

어떤 동물은 겨우내 긴긴 잠을 잤을 테고

어떤 동물은 함박눈 때문에 먹을거리를 찾아 헤맸을 것입니다.

 

이 처럼 누구에겐 아름다운 첫사랑 약속일 수 있는 함박눈이

누구에겐 절박한 먹을거리 부족으로 다가오니 세상, 공평치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그 불공평한 긴 터널속을 요행으로 잘 견뎌왔다 싶습니다.

 

오늘은 개천절, 3월 1일이군요.

이제 곧 봄꽃들이 무수히 피고 행락객들에게 손짓하겠네요.

산수유마을엔 산수유축제가, 매실마을엔 매화축제가 열리겠지요.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했나요?

지난 겨울, 구제역으로 전국이 초토화되고 농심은 멍들었습니다.

농업을 포기하다시피한 나라에서 농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겠습니다.

 

개인적으로 딸아이를 해외에 보내놓고 노심초사 무탈하기만 빌었던 한해였습니다.

다행히 무사히 귀국하여 다시 본업인 학업으로 돌아갔습니다.

저 또한 작지만 벅찬 농사일을 시작해야 할 시기입니다.

 

초심으로 돌아가 일상을 되찾아야겠습니다.

오늘같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생각이 많아집니다.

지나온 제 삶에 대한 생각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갑니다.

 

엊그제 고향을 다녀와서 더 그렇습니다.

형제들을 만나면 만남 자체만으로 좋기도 하지만 오랜만에 듣는 이야기 중에 가슴아픈 사연도 많습니다.

진부하지만 `내가 3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목구멍에 걸려 잘 떨어지지 않는 말도 필요하면 해야 하고

눈물을 찔끔거리며 하소연하는 칠순넘은 누님의 길고 반복되는 이야기도 경청해야 합니다.

나이드신 분들의 인생역정을 들어보면 누구 하나 사연없는 사람이 있을까요.

 

제가 8남매 막내이니 우리 형제들은 모두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은 셈입니다.

우스갯소리로 말했습니다, `형제들 돌아가시면 뒤치닥거리는 막내인 제가 다 해야겠네` 라고요.

웃을 수 있는 말이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꽤나 슬픈 이야기입니다.

 

고향을 다녀오면 이래저래 번민이 많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