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산내촌놈 남원시내 출타

진이아빠 2011. 2. 24. 19:25

 

오늘 오후 1시 경, 기온은 14도를 가리킵니다. 여름을 방불케하는 높은 온도에 봄이 실종된 게 아닌가 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수가 지났으니 절기상으로는 따뜻할 때도 됐지만 밤기온이 영하인 걸 감안하면 낮기온이 너무 높은 것 같습니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섰는데도 더위를 느낄 정도였습니다.

 

딸내미가 오고부터 절간같던 집안이 시장통으로 변했습니다. 눈뜨면서부터 재잘거리기 시작해서 잠드는 새벽녘까지 지글지글 와글와글입니다. 오늘은 모처럼 외출을 했습니다. 곧 떠날 딸아이 먹을거리를 좀 사고 점심식사도 한끼 할 겸 남원시내에 나갔습니다.

 

ㅇ마트에서 기숙사에서 쓸 생활용품 몇 점과 먹을거리를 사는데 딸아이가 피쳐맥주를 카트에 담습니다. 그것도 자그마치 세 병, 세트로 묶인 행사상품을...오랜만에 애비와 딸이 날이면 날마다 곡찻잔을 부딪히게 생겼습니다. 1년,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동안 떨어져 있다보니 그리움이 절절했지만 표현을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곡찻잔을 마주하고 이런저런 회포를 풀까 생각해봅니다.

 

낮엔 제법 유명한 한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데 반찬으로 나온 파전이 `재활용`입니다. 러시아워에 누군가가 먹다가 남긴거더군요. 한쪽 귀퉁이를 가위로 자르고 내왔는데 간장인지 초장인지 소스가 묻어있더군요. 기분이 상했지만 다른 반찬만으로 조용히 먹고 나왔습니다. 몇 번 가서 인사나눴는데 주인아주머니 친정이 우리동네입니다.

 

오는길에 인월 탁주제조장에 들러 생탁 반말을 사왔습니다. 제가 그 동안 청탁불문 곡차를 즐겼는데 요즘 생탁이 가장 맛있더군요. 멸균처리를 하지 않아서인지 맛이 변하지 않고, 뚜껑을 꽉 막아놓으면 발효되면서 부풀어올라 병바닥이 빵빵하게 되더군요. 무엇보다 숙취가 없고 장에 좋은 것 같습니다.

 

원래 제가 과민성대장증후군이 있어서 찬 술을 마시거나 맥주를 마시면 간혹 다음날 배가 아팠는데 생탁을 마시고부터는 그런 증상이 싹 가셨습니다. 그런고로 앞으로 생탁을 즐겨마실 것 같습니다. 유산균이 장에 좋다는데 발효가 지속되는 생탁이 강력한 유산균 덩어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저녁은 백숙에 생탁을 곁들이는 걸로 합의를 봤습니다. 어릴적 딸아이가 닭고기와 달걀을 좋아해서 양계장으로 시집보낸다고 했을 정도입니다. 물론 지금은 식성이 많이 바뀌었지만 며칠 있는 동안만이라도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먹여 보내고 싶습니다. 계란말이. 조기구이. 갈치구이. 닭도리탕. 떡볶이. 전복밥. 홍합밥... 이런 것들을 아이가 좋아합니다.

 

봄바람이 설레기도 하지만 걱정스럽기도 합니다. 재너머 사래긴밭도 갈아야 하고 감나무 전지도 해야 하고 기타 등등 여러가지로 바빠질 것입니다. 간간이 낚시하는 걸로 행복을 느끼기도 하겠지만 마음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웬지 한 구석이 뻥 뚫린 느낌이랄까요? 요즘 나라 돌아가는 꼴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