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

간밤에 다녀가신 손님^^;;

진이아빠 2011. 1. 9. 14:05

주변을 살펴보면 아직도 잔설이 하얗게 있습니다.

학교 운동장은 인조잔디를 깔고나서 지열이 차단된 관계로 잘 안 녹는건지 거의 다 안 녹았어요.

다행히 어제는 기온이 조금 올라 양지쪽은 조금 녹았으나 바람은 여전히 찹니다.

 

어제 오후 5시 조금 넘었나 봅니다.

30대 쯤 되려나, 남자 셋이서 거리를 배회하더니 간판 전화번호를 보고 전화를 했더군요.

"방있습니까? 취사가 가능합니까?"

취사는 안 되니 당연히 안 된다고 답했고 그들은 알겠다며 전화를 끊었습니다.

 

저녁 7시 조금 넘은 시각

저는 저녁운동을 하느라 학교운동장과 집앞 여기저기를 싸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동일인물로 보이는 세 분이 다시 우리집으로 왔습니다.

이웃동네 매동마을에 가서 방을 잡았는데 외풍이 너무 세서 방값 50%만 환불받고 왔다더군요.

 

돈이 없다며 방값을 깎아달라고 이야기 합니다;;

저희집 방값이 사실 많이 싼 건데 거기서 또 깎으면...그래서 그건 곤란하다고 했습니다.

방값을 지불하시며 묻습니다.

"방은 따뜻하겠지요? 새벽에 보일러 꺼지는 않겠지요?" "..."

 

저희는 언제 손님이 오실지 알 수 없지만 방 하나 정도는 늘 데워둡니다.

추운날씨에 밖에서 다니다 들어오면 온기를 느껴야겠다 싶어서요.

아마 그분들도 들어서는 순간 방안이 참 따뜻하다는 걸 느끼셨을 겁니다.

취사여부를 묻고는 우리집에 안 오셨던 분들임에도 식사를 못하셨는지 이웃 식당으로 식사하러 가시더군요.

 

한참 후 혹시 카드(오락이나 도박용)가 있느냐고 물으십니다.

저희집엔 그런 게 없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오늘 아침에 보니 카드를 두고 갔네요, 어디서 구해다 노셨는가 봅니다.

방바닥엔 등산화자국이 나있고 화장실 타일바닥에는 신발자국과 흙탕이 잔뜩 있습니다.

 

저희가 집을 설계할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했던 것이 단열이었습니다.

울산은 따뜻한 남쪽나라이기에 겨울이 많이 춥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쪽으로 올 때 이곳 사람들이 눈도 많이 내리고 겨울이 길고 춥다더군요.

그래서 단열을 고려해서 창문도 가능하면 만들지 않고, 만들어도 이중창으로 완벽을 기했죠.

 

그 결과 겨울에는 따뜻한 집이 되었고 여름에는 시원한 집이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저희집을 방문하신분들 중 몇 분은 구조에 대해서 언급하셨습니다.

창이 없어 답답하다 였는데요, 주로 여름에 오셨던 분들이십니다.

하지만 여름에 밖에 나가지 않고 하루 종일 방안에만 계셨던 가족들도 있었습니다.

 

제가 그분들께 여쭤봤습니다.

선풍기밖에 없는데 방안에서 하루 종일 계시면 덥지않습니까 하고요.

그분들은 이구동성으로 단열이 잘 됐는지 바깥보다 집안이 훨씬 시원하고 좋습니다라고 하시더군요.

사람들은 누구나 생각이 다를 수 있고 선입견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간밤에 다녀가신 손님들이 이웃동네에서 환불받지 못한 50%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순간적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명제는 어렵다는 걸 실감합니다.

돈없다고 깎아달라 하지말고 저같으면 양질의 서비스를 어떻게 받을까 궁리할 것 같은데... 

맥주, 치킨, 카드, 음료 등등을 잔뜩 남겨두고 가신 손님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