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박

민박집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들

진이아빠 2010. 7. 10. 08:33

 

 선풍기 날개 깨진 것 보이시나요?

사진에 보이는 견지낚싯대를 꼬마가 선풍기에 넣는 바람에...ㅠ

 

깨진 걸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시골에는 이런 것 수리하는 일이 보통 어려운 게 아니더란 것을...

 이 선풍기는 구입한지 10년도 더 됐거든요.

요즘 선풍기는 날개를 꽂는 회전축이 가늘게 나오나 봅니다.

 

새것을 꽂아보니 안 들어가더군요.

그래서 몇 번 수리점을 방문한 끝에 어제 교환할 수 있었습니다.

 

어딘가에 특별히 주문을 해야 하고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니 시간도 오래걸리고 방문횟수도 늘어나는 겁니다.

 

저걸 깬 녀석은 초등학교 저학년이거나 미취학 아동?

교수님의 자제분인데 집앞 강에서 낚시를 하고 저녁에 선풍기에 넣었던가 봅니다.

 

교수님이 아침에 가려다가 뭔가를 쑤욱 내밉니다.

엥? 배추잎이 아닌가?

 

"저... 우리 아이가 엊저녁에 선풍기 날개를..."

"괜찮습니다. 제가 알아서 해결할게요"

 

극구 내미시고 극구 사양해서

결국 그냥 보내드리고 왔다리갔다리 조금 복잡했지만 어제 5천 원으로 해결했네요^^

 

선풍기로 빨래를 말리느라 걸어뒀다가

선풍기 모가지를 부러뜨리는 분도 계셨어요^^;;

 

다른 이야기지만

며칠 묵을테니 할인을 해달래서 그러시라 했더니 떼먹고 야반도주하는 분도 계셨고.

 

4년간 묵으며 가까운 석산에서 일을 할거라며 냉장고를 사달래서 사줬고 방값을 깎아달래서 깎아주고

그 비싼 영덕대게를 인터넷으로 구매해서 같이 곡찻잔도 나눴는데 어느날 수사관 둘이 나타나 체포해간 일도 있었고.

 

화재위험 땜에 실내에서 취사행위를 삼가해 달랬더니

아예 한 살림 차리시는 분들은 부지기수고...

 

겨울철 심야전기라 온수를 아껴써야 다른 분들도 같이 쓸 수 있다고 말해도

불륜관계인 두 사람이 펄펄 끓는 물 200리터를 동네 목욕탕같이 콸콸 틀어서 다 쓴 일.

이분들은 신발 신은 채로 방안을 걸어다녀 발자국도 쿡쿡 찍어놓고^^;;

(두 사람이 그런 관계라는 건 결정적인 제보가 있었고 몇 번 온 손님이었기에 확실함^^)

 

민박집 오면서 더블침대가 없어서 못 묵겠다는 분도 계셨고.

찜질방보다 더 뜨겁게 보일러를 틀어주지 않으면 못 묵겠다는 분도 계셨어요.

 

민박집 주인을 하인다루듯하려는 분들도 많았고

반말하는 분들은 개념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지 숱합니다.

 

때로는 따뜻한 분들도 계십니다.

그런 분들은 가시고난 후에도 오랫동안 여운이 남고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무래도 댓가를 치르고 내가 묵으니 난 당당히 내 권리를 찾겠다 뭐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겠지만

러브호텔도 아니고 이양반들이 시골의 한적한 곳에 왜 민박을 할까 생각한다면 약간의 배려 정도는 어렵지 않을 텐데. 조용히 살려고 들어와서 또 도시의 속물들에게 시달려야 하나 하는 회의감이 간혹 듭니다.

 

오래 전 중국을 6년 여 왔다갔다 할 때

돈없는 중국인(사실은 그곳의 부자들은 우리나라 부자들 보다 훨씬 더 부자인데도 개뿔도 모르는 인간들이)이라고 반말 찍찍거리며 종부리듯 하는 인간들이 어찌나 많던지, 한국인들을 다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조용한 주말 아침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길래 그냥 주절거려 봤습니다^^*

 

저는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사람만이

타인으로 부터 배려를 받을 수 있을거』라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