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배탈난 `한냉` 돼지고기

진이아빠 2010. 6. 25. 14:13

 

<사진이 조금 흐리지만 중간에 끼워넣은 기름덩이>

<어제 다시 보내온 칠레산 돼지고기>

<어제 보내온 고기의 다른 사진>

 

구제역이 한창 농민들의 가슴을 찢어놓을 무렵 우리는 인터넷으로 용감(?)하게 돼지고기를 구입했습니다.

농민의 자식에다 지금도 농민이기에 어려운 축산농가를 조금이라도 도울 생각이었습니다.

조류독감이 유행할 때면 크게 좋아하지도 않는 닭고기를 사먹기도 하는 `디비쪼는`중생입니다^^;;

 

집사람이 동원몰이란 인터넷쇼핑몰에서 돼지고기 목살을, 제법 유명한 냉동냉장업체로 알고 있는 한냉제품이라 믿고 구입했다는데 포장을 풀다 까무러칠 뻔했습니다. 허연 기름덩어리가 속에 끼워져 있었습니다. 중국산 꽃게 속에 납덩이가 들었듯이... 이곳은 흑돼지고기가 유명해서 그걸 사먹는데, 이번에 여기는 구제역발병지역이 아니라서 구제역발병지역 농민들을 생각해 `외도`를 했더니 덜컥 상처받을 일이 생겨버렸네요.

 

여기서 사면 덤도 조금 주고 그 동안 자주 가던 정육점은 직접 농장을 겸하고 있는데다 거의 당일 도축한 고기라 신선도 또한 최고인데, 정량을 에누리없이 보내면서 허연 기름덩이를 넣어 보내다니.

더 큰 문제는 그걸 구워먹고 둘 다 배탈이 나서 3일이나 고생했다는 겁니다.

 

뉴스에 고기를 잘 익혀서 먹으면 문제가 없다고 했는데 왜 배탈이 났을까 걱정스러웠고, 구제역에 걸린 돼지고기를 혹시 덜 익혀서 먹으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알 수가 없어 더 걱정이었네요.

전에 살던 곳이라면 병원에라도 갔을 텐데 병원다운 병원도 없는 시골 촌구석이라 대충 약먹고 배탈이 낫기만을 기다렸네요.

 

집사람이 구입한 동원몰에다 배탈설사로 고생했고 기름덩이가 들었더라고 사실대로 글을 올렸나 봅니다.

그랬더니 한냉으로 부터 전화가 와서 미안하다면서 다른 고기를 보내주겠으니 먹어보라고 했다는군요.

보내주지 않아도 되고 앞으로는 절대 그렇게 비양심적으로 하지 마시라고 좋게 이야기했답니다.

 

그런데 어제 택배로 고기가 도착했는데 허걱입니다. 한 덩이는 국산, 한 덩이는 칠레산이라고 또렷이 적힌 고기가 왔네요. 애초에 구제역농민을 돕겠다는 취지는 온데간데 없어지고 흑돼지고기도 아닌 칠레산고기를 먹게생겼습니다^^;; 참 기분이 떨떠름하더군요.

 

더 이상 전화하지도 말라고 동원몰에다 글을 남기라고 했습니다. 이제 전화도, 이상한 고기도 오지 않겠지요.

어제온 국산과 칠레산고기 까마귀 밥으로 줬습니다. 저는 백로보다 까마귀를 더 좋아하거든요^^

아마 어젯밤에나 오늘 아침에 까마귀들이 잔치를 벌이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런데 까마귀들도 칠레산고기를 줬다고 우리를 욕했을까요?

 

역시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하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