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흐려요
<백로인지 해오라기인지 불쌍해요>
<어째 이리도 표정이 심각한지...>
<천왕봉은 연무속으로 사라지고 강물만 덧없이 흐릅니다>
최근 일기예보가 대부분 빗나가더니
오늘은 오후부터 흐리겠다고 했는데 오전부터 흐리니까 절반은 맞춘 셈인가요.
며칠 동안 내린 비로 아직 수량이 제법 많고 물빨도 거센편인데
해오라기인지 백로인지 저 녀석 피라미라도 한 마리 건질거라고 저리도 심각한 표정이네요.
윤무부 교수님께서 새대가리(이 때 대가리는 절대 욕이 아닙니데이^^*, 주둥이도 마찬가지고요^^)라고 하지 말랬는데 오늘 저 녀석을 보면서 난 왜 새대가리라는 용어가 뇌리에서 떠나질 않는지...
요즘 모내기철이라 농부들이 논일을 많이 하거든요.
경운기나 트랙터로 논갈이를 하면 개구리나 미꾸라지들이 펄떡이는데 거기나 따라다닐 것이지.
온종일 관찰할 수 없어서 종종 `저렇게 앉아 기다리면 하루에 한 마리나 건질까` 의아심만 들었는데
오늘은 5일장에 사러갈 것도 없고 내일 조금 멀리 운전할 일이 있어서 차 좀 닦고 쟤를 보노라니 참...
단 한 마리도 낚아채는 걸 못 봤어요.
저래가지고 어찌 생명을 부지하는지도 궁금하고요.
한편으로는 저랑 먹이경쟁(?)도 하는데 제가 확실히 몇 수 위일 것 같습니다.
저는 낚시도구를 사용하기 때문이지요^^*
먹이 경쟁이라지만 제가 민물고기를 많이 즐기지 않는 관계로 잡았다 그냥 놔줍니다.
엊그제는 어탕수제비가 먹고싶다는 집사람의 청탁이 있어서 잡아볼까 했더니 그것도 맘대로 안 되더군요.
수량이 많고 물이 탁하기 때문인데 저 녀석도 조건은 저랑 같지 않을까 싶네요.
아니면 저도 새대가리여서 그럴까요^^*
사진에 보면 바위에 응가를 허옇게 해놨잖아요.
저건 새들이 날기 직전에 한다는데 몸무게를 줄이기 위한 본능적 행동이라더군요.
***
오늘 지리산자락에는 옅은 구름이 끼었습니다.
멀리 천왕봉은 구름속에 숨었지만 이런날 걷기는 정말 좋습니다.
지리산둘레길을 걷거나
지리산 종주를 하려는 분들은 요런날 걸으면 최고지요.
원경을 구경하는 맛은 조금 떨어지더라도
강렬한 태양이 대머리를 반짝하게는 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