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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거 1주년, 노무현 대통령께 (민주노동당 이정희의원)

진이아빠 2010. 5. 25. 23:07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이 떠나신지 1년입니다. 당신을 잃은 눈물, 보셨나요. 당신을 그리는 가슴들, 느끼셨나요. 당신의 국민이어서 행복했다는 말, 들으셨나요.

당신과 함께 했던 시간, 그 가운데 제가 가장 행복했던 날은
2007년 10월 2일입니다. 기억나시지요? 대통령님이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은 그 아침입니다. 당신은 “대통령으로서 이 금단의 선을 넘어갑니다. 제가 다녀오면 마침내 이 금단의 선은 지워지고 장벽은 무너질 것입니다”라고 하셨습니다. 감회 깊은 목소리가 아직도 선연합니다. 제 기억 속의 대통령님은 이날 가장 빛났습니다.

당신은 10.4 선언으로 서해를 평화와 협력, 번영의 바다로 만들자는 약속을 이끌어냈습니다. 종전 선언을 추진하자고 선언문에 적어 두었습니다.

저는 기대했습니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남과 북의 정상들이 만들어낸 약속만큼은 지켜지리라 여겼습니다. 설사 정권을 빼앗기더라도, 우리가 쌓아온 민주주의는 그대로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모두 무너졌습니다. 보고 계십니까. 당신이 이루어 낸 화해와 전진의 길이 이렇게 무참히 난도질당하는 것을. 평화의 바다로 되었어야 할 서해가 전쟁과 대결의 촉발점이 되는 이 상황을.

저들은 천안함 사건의 수많은 의문을 다 입막음하고 미국의 핵잠수함을 불러들이겠다며 한반도 위기상황을 극한까지 끌고 갑니다. 선거 한 번 이겨보겠다고 전쟁위기까지 불사하는 파렴치한 자들입니다. 대통령님, 이럴 줄, 짐작하셨습니까. 

당신은 누구도 원망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들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당신을 죽음으로 몰고 가 놓고도, 자신이 한 일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저들이 아닙니까. 민주주의도 인권도 남북의 화해협력도 다 무너졌건만, 다시 잡은 권력 휘둘러 재집권할 생각에 거칠 것이 없는 저들이 아닙니까.   

떠나신 당신 앞에서 우리 스스로 뉘우치겠습니다. 우리 힘이 아직 충분히 크지 않은데, 있는 힘도 합치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칼을 휘두를 때, 우리는 아직 내 앞에 칼날이 오지 않았다고 눈을 내리깔았습니다. 

우리 안에 남은 질긴 욕망의 끈을 끊겠습니다. 역사의 후퇴 앞에 목숨을 내어놓은 당신 앞에서, 손톱만한 욕심이라도 부끄럽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말잔치는 거두어버리겠습니다. 때로 외로웠던 당신의 발걸음이 결국 전진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잊지 않겠습니다. 두려움도 지워버리겠습니다. 절벽에 몸을 던진 당신 앞에서, 그 어떤 변명 뒤에 숨을 수 있겠습니까. 생활의 무게도 내려놓겠습니다. 주저하면서 역사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함께 손을 잡겠습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미래를 짓밟는 저들 앞에서 우리의 손을 놓을 수 없습니다. 과거의 앙금도 지금은 뒤로 미루어두겠습니다. 낯설음도 접어두겠습니다. 힘을 합치기 위해 더 많이 내어놓는 결단과 이기기 위해 더 많이 땀 흘리는 아름다움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우리는 패배하지 않을 것입니다. 6월 2일, 반드시 이기겠습니다.

질기고 깊은 수구 보수의 뿌리를 헤치고 국민들 속에 진보의 뿌리를 내리고 자양분을 빨아올리겠습니다. 인권을 옥죄는 법치의 논리를 뛰어넘어 진보적인 민주주의를 꽃피우겠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불안과 경쟁으로 몰아넣는 양극화를 극복하겠습니다. 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 누구라도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사람 사는 세상’을 이루어 내겠습니다. 몇 번이고 손에 잡힐 듯 하다 멀어졌던 남북의 평화와 화해를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것으로 만들겠습니다. 지켜봐주십시오. 멀지 않았습니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손 잡아주십시오. 여러분의 힘이 아니면 우리는 이길 수 없습니다. 진보의 뿌리가 되어 주십시오. 사람 사는 세상, 우리가 나서지 않으면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함께 이깁시다. 고맙습니다.